올해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은행의 소수 거점점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가입 전 투자자 정보와 성향을 확인하고 적합 판정 소비자에게만 투자를 권유하도록 판매 환경도 개선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을 2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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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발생 후 학계·연구기관, 업계,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왔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전면 판매금지해야 한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소비자 자유투자 의지를 반영해 '거점점포로 한정'해 판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점점포는 일반 영업점보다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일반 예·적금 상품 판매부터 대출, ELS 판매까지 수행한다. 이제 일반 영업점에서 ELS 가입을 하려는 고객은 모두 거점점포로 안내받게 된다.
거점점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일정 기간 이상 상품 판매경력이 있는 전담 직원을 투입해 고객을 응대하게 된다. 투자상품을 별도 전용창구에서 판매하는 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해오던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ELS 상품 별도 판매 공간을 두게 했다.
요건을 갖춘 각 은행 거점점포는 올해 9월 이후 ELS 상품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 5대 은행 기준 전국 약 400개 점포에서 가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5대 시중은행 기준 전국 3900개 점포가 있는데 그 중 5~10% 정도 거점점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점점포 대면 판매 개시에 맞춰 비대면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게 된다. 판매가 시작되면 각 은행은 자체적으로 판매한도를 설정한다. 쏠림현상이나 고객별 투자위험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기존에 은행이 판매 중인 ELS 이외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고난도 공모펀드)도 판매 창구를 명확하게 분리하도록 했다.
영업점 내에 비예금상품 취급 창구를 두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예금 창구와 구분이 어려운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고객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칸막이나 좌석 및 대기번호표 색깔 구분 등 식별장치를 둬 창구를 분리토록 했다.
금융당국은 또 소비자도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ELS 가입을 결정할 수 있게 조치했다. 우선 투자자 정보와 성향을 분석해 부적정 판단이 나면 투자를 지양하게 했다. ELS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수입원은 어떻게 되는지, 투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전액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 등을 고루 확인한다.
이 밖에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성과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통제도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미스터리 쇼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파장으로 17만건에 이르는 계좌가 손실이 났다. 원금 10조4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이 손실액으로 잡혔다. 평균 배상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28.5%에서 지난해 말 31.4%로 소폭 증가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복잡한 상품이기 때문에 정말 적합하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판매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은행에서도 소비자들이 ELS를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상품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설명하며, 내부통제 또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