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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발톱 꺼낸 최태원 회장

  • 2013.09.12(목) 14:19

최창원 부회장 SK건설 퇴진…향후 분가 구도 파장
SK그룹 직접경영체제 전환…지주사 지배고리 강화

SK가(家) 2세 최창원(49) SK건설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함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훗날 사촌형제간 분가(分家) 구도에서 최 부회장 몫으로 확실시됐던 SK건설이 사촌형인 최태원(53) SK그룹 회장에게 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의 입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고, 최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영역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3위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주에 이어 동생인 고 최종현 2대 회장 사후(死後)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동생 최재원(50) SK 수석부회장과 함께 양대 주력인 에너지·통신을 맡고, 이외 화학·건설 등 다른 사업부문은 사촌형제들에게 맡기는 분할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SK케미칼·SK가스로 몫 축소

최 창업주의 차남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 SK건설, SK가스 3개사의 대표이사로서 독자적으로 소그룹을 경영해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최태원 회장의 지주회사 체제에서 떨어져나와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계열 출자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SK케미칼-SK가스로 연결되는 수직계열화구도 아래 SK건설의 경우는,  비록 최태원 회장의 영향권에 있는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지분율 40%)로 있지만 SK케미칼 또한 2대주주로서 25.4%나 되는 적잖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 부회장이 보유한 9.6%가 SK건설의 실권(實權)을 쥘 수 있게 한 힘이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SK건설의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나아가 보유지분 중 5.6%(564억원)을 무상증여키로 함으로써 그만큼 SK건설에 대한 영향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최 부회장 몫은 이제 SK케미칼과 SK가스만이 남게 됐다.

◇변변찮은 최신원 회장의 개인회사

이와 맞물려 최 창업주의 장남으로 SK가 2세의 맏형 최신원(61) 회장 또한 지배기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SKC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실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이 1.7%에 불과할 정도로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SKC는 최대주주가 SK(42.5%)로서 지주회사 SK의 9개 자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C의 실질적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의 용인(容認)과 무엇보다 추가적인 지분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선행되야 하는데 사재는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재원 마련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도 지금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다.

통신장비업체 SK텔레시스(이하 최신원 회장 지분율 39.2%), 골프장업체 앤츠개발(90.9%)은 적자누적으로 인해 완전자본잠식(2012년 기준) 상태다. 그나마  통신장비업체 앤츠(100.00%)가 그나마 낫지만 기대에 한없이 못미친다. SK텔레시스 등 계열일감(2012년 81.1%)을 기반삼아 성장하고 있는 앤츠는 2010년 매출이 108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2년연속 7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2010년 34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흑자 전환했으나 2년간 평균 10억원에도 못미친다.

◇“직접 챙긴다” 부재 오너의 뜻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IT 계열사 SKC&C가 지주회사 SK 지분 31.8%를 소유하고 있는 현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0.02% 밖에 안갖고 있지만, SKC&C는 최대주주로서 38.0%를 보유하고 있는 것. SK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지난해 계열 매출 9800억원·비중 64.1%)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SKC&C를 통해 재산증식도 하면서 지주회사 체제의 계열사들에 대해 막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창원 부회장의 퇴진과 무상증여는 사촌형제간 분할구도에서 그간 경계선상에 애매하게 놓여있던 SK건설을 자신의 지배력 아래 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건설이 최 부회장의 후임으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부재(不在)중인 현 상황에서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의 수장(首長)을 SK건설로 보내는 것은 SK그룹이 직접 챙기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뜻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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