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황태자’ 정의선(43) 현대차 부회장에게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돈을 쏟아내는 ‘화수분’이다. 그는 이미 850억원을 벌었고, 현재 소유지분(32%)을 통해서는 2조4600억원을 더 챙길 수 있다. 현대차 등 계열사들의 풍족한 일감(2008~2012년 계열매출비중 평균 85.9%) 덕분이다. 반면 그가 현대글로비스에 들인 돈은 30억원이 고작이다. 이렇다보니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란 꼬리표가 붙어 그간 탈도 많았고 말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앞으로 그룹을 물려받는데 든든한 돈줄이 될 게 틀림없다는 점이다.
정도원(66) 삼표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유력한 후계자인 대현(36)씨도 마찬가지다. 삼표그룹은 계열 지분구조 측면에서 보면 크게 정 회장의 삼표-삼표이앤씨 계열과 대현씨의 대원-삼표로지스틱스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삼표로지스틱스에 후계 승계를 위한 비결이 숨어있다.
◇정대현 상무의 대원의 존재
현재 삼표그룹의 주력사 삼표의 상무로 있는 대현씨는 적지않은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원(이하 정 상무 소유지분 100%)을 비롯해 삼표로지스틱스(30%), 네비엔(70%), 알엠씨(70%), 삼표건설(60%), 삼표정보시스템(25%) 등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정 상무가 절대주주로 있는 대원의 무게감이다. 대원은 2004년 3월 설립된 건설기계 대여업체다. 총자산이 163억원(2012년말)으로 외형은 다른 주력사들에 견줄 바 못된다. 실적을 보더라도 지난해 201억원 매출에 15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특히 2세 승계에 관한 한 대원의 존재감은 삼표에 못지않다. 물류 계열사 삼표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삼표로지스틱스는 2006년 말까지만 해도 삼표가 최대주주(70.8%)로 있었다. 이외 지분도 정 회장(19.2%)과 삼표이앤씨(10.0%) 몫이었다. 하지만 2007년 들어 주주들이 모두 물갈이 됐다. 이를 계기로 새롭게 등장한 최대주주(50%)가 대원이다. 특히 이외 50%는 정 회장의 세 자녀들에게 넘어갔다. 정 상무 30%, 두 딸 지윤·지선씨 각각 10%씩이다. 1%내의 미세한 차이만 있을뿐 지금도 삼표로지스틱스의 주주구성과 지분율은 사실상 변화가 없다.
◇로지스틱스에 몰리는 계열일감
삼표로지스틱스는 1999년 12월 설립된 한국사이버물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건축폐기물, 레미콘, 골재 운송 및 IT 운송물류시스템 운영 사업을 하고 있다. 삼표로지스틱스는 정 상무가 향후 그룹 승계의 발판으로 삼는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표로지스틱스는 2001년 381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지난해 1940억원을 기록함으로써 2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회사 삼표기초소재, 홍명산업을 연결대상으로 한 매출은 2690억원에 달한다. 성장 비결은 주력사 삼표를 비롯한 계열 일감이다. 계열매출 비중은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8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다소 줄었지만 74%나 된다.
안정적인 일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벌이도 좋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율은 평균 4%를 웃돌고 한 해 평균 66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총차입금(198억원)에서 현금성자산(600만원)을 뺀 순차입금이 198억원으로 좀 과하고, 부채비율이 244.2%로 재무안전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 뿐이다.
삼표로지스틱스는 정 회장 2세들이 주주로 부상한 것을 계기로 배당기조에도 변화를 줬다. 2006년까지는 벌어들인 돈을 차곡차곡 이익잉여금으로 쌓아두기만 했다가 2007년 4억37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총 78억원을 배당했다.
삼표로지스틱스가 정 회장 자녀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알토란 같은 계열사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대원이 삼표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계열 일감을 기반으로 날로 불어나는 삼표로지스틱스의 기업가치는 사실상 정 상무가 향유할 게 뻔하다.
◇개인기업 알토란
네비안 등 정 상무의 다른 개인기업들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효용 가치가 많다.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들어오는 일감과 나아가 사돈 집안 계열사들과의 끈끈한 거래가 원천이다.
네바안은 정 상무의 지분 외의 것은 정 회장의 두 딸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다.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둔 네비엔은 포항, 대구, 영천, 당진 등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폐자동차를 가공·정제해 철강산업의 원료로 공급하는 철스크랩사업과 골재 및 시멘트의 원료로 재활용되는 제강슬래그와 폐기물소각사업 등을 하고 있다. 사돈가인 현대제철과 주거래선이 닿아있다. 매출비중이 85.6%(2012년)에 달할 정도다. 2009년 672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최근 3년간 폭발적으로 늘어 지난해 1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최근 4년간 평균 3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레미콘업체인 알엠씨는 지난해 351억원의 매출과 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중 삼표 등 계열매출이 52.5%를 차지한다. 삼표정보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 부자가 2001년 5월 유상증자때 각각 25%를 매입해 인수했다. 삼표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로서 계열사들의 IT시스템 구축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57억원에 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 상무를 정점으로 한 계열 확장
삼표그룹은 정 상무를 정점으로 한 계열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표기초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삼표기초소재는 지난해 9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증자는 최대주주였던 삼표(2011년말 40%)는 배제되고 2대주주(33.3%)였던 삼표로지스틱스와 소유주식이 단 한 주도 정 상무만이 참여한 불균등증자였다. 게다가 삼표로지스틱스는 3대주주 삼표이앤씨의 지분 26.7%도 전량 사들했다. 이에 따라 삼표기초소재는 삼표로지스틱스를 새 최대주주(69.3%)로 맞아들였고, 정 상무도 주요주주(5.7%)로 부상했다.
이를 통해 정 상무는 대원을 비롯한 삼표로지스틱스, 삼표기초소재, 홍명산업 등 3개 계열사의 정점에 오르게 됐다. 삼표, 삼표이앤씨, 삼표로지스틱스 등 삼표그룹 3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삼표로지스틱스 계열의 지배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10층짜리 빌딩에는 정 상무가 실권(實權)을 쥐고 있는 삼표로지스틱스, 삼표정보시스템 본사 및 대원의 영업소가 입주해 있다. 이 건물주가 정 상무다. 정 상무의 나이가 올해로 36세에 불과하지만 정 회장의 대물림은 계열 일감을 기반으로 한 밑그림에 맞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