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10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일으킨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지 사흘만이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고(8일 밤 10시), 이어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 내 보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히기도(9일 오후 6시)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진정성 없는 사과', '무늬만 퇴진' 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밀려 결국 조 부사장이 부사장직까지 내려놓으면서 대한항공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 비난 여론에 결국 대한항공서 '제적'
대한항공은 이날 조 부사장의 사표 제출에 대해 "전날 보직 해임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며 "조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사흘여 기간 동안 여론의 비판과 대한항공 및 조 부사장의 대응 과정을 보면 자발적인 퇴진이라기보다는 여론에 밀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내놨지만 승무원이나 사무장 귀책 문제만 거론하고 오히려 책임을 져야할 조 부사장을 감싸는 모습만 보여 역풍을 맞은 듯하다"며 "어제 보직 사퇴 역시 '소나기만 피하자'는 것으로 비쳐졌던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승객이나 해당 승무원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 측을 통해 이번 일의 잘못을 '약자'인 승무원에게 돌리면서 화를 키웠다"고 해석했다.
조 부사장은 이날 회사에 사표까지 제출했지만 이번 일을 모두 수습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시련이 몇 가지 더 남아있다.
우선 사표를 내고 대한항공을 떠나게 된 만큼 앞으로 열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게 된다. 임시 주주총회 일정이 없다면 정기 주주총회는 내년 3월께 열릴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등기이사(사내이사)진은 조양호 회장과 지창훈 사장, 이상균 총괄부사장(CF0), 이태희 법률고문을 비롯해 이번 일의 당사자인 조 부사장과 남동생 조원태 총괄부사장(CMO)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 현관에서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회색 자켓)외 1명이 '땅콩 리턴'의 주인공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국토부 조사, 검찰 수사도 받아야
또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의 조사도 예정돼 있다. 동승 승무원 등에 대해 조사를 마친 국토부는 조만간 조 부사장을 불려 경위를 파악키로 했다. 조 부사장의 기내 질책 상황 및 사무장 하기 과정에서 항공법 등 관련법규를 위반했는지가 쟁점이다.
여기에 이날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검찰 수사도 받아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조 부사장을 고발하면서 사건 당시 조 부사장이 욕설을 섞어 고함을 질렀고, 대한항공은 이튿날 해당 항공기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며 경위서를 받았다는 제보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해당 사무장이 귀국한 뒤 2시간 동안 면담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승무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조 부사장이 기내에서 다소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승무원을 비하하는 욕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이 참여연대의 주장처럼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현아 부사장 파문은 회사는 물론 그룹 경영 전반에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