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각자 역할과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시사했다.
조 회장은 16일(현지시간) 파리 에어쇼가 열리는 프랑스 르부르제 공항에서 한국 특파원이 땅콩 회항 사건 후 세 자녀의 역할 변화에 대해 묻자 "덮어놓고 넘기지 않겠다"면서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여기서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질문이 거듭되자 "덮어놓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물려준다. 세 명이 각자 전문성이 있으니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눈물을 흘려보고 찬밥도 먹어보고 고생도 해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맏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겪은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이날 항공기 도입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의미에 대해서는 "비행기에는 마케팅, 정비 등 여러 측면이 있다"면서 "훈련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진그룹의 3세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 겸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정석기업 대표 겸 대한항공 전무. |
조 회장은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자녀 3남매 중 둘째이자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대한항공에 적을 둔 것 외에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를 비롯해 다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막내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과 여객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진에어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직전까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본부장 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왔다.
한편 조 회장은 땅콩 회항 사건이후 대한항공이 달라진 점에 대해 "'소통 광장'을 만들어 직원이 원하는 바를 듣고 경직된 것을 뚫어주고 고쳐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사건 이후 사내 무기명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승무원 스트레스 해소와 소통 강화를 위해 여객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요가 등의 클리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