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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다르다…현대 vs 삼성·대우

  • 2017.05.10(수) 19:01

<어닝 17·1Q>조선 리그테이블
현대, 영업이익 6200억…5분기 연속흑자 중 최대
삼성·대우, 280억·2900억 흑자긴 한데…살얼음판

마침내 현대중공업의 눈에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뒤에 찾아온 끝없는 조선업 불황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으나, 흐릿하던 시야가 맑아지면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보다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희망이 위치해 있다. 한쪽은 흑자가 이어지기는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고 있다. 다른 한쪽은 4년만에 흑자전환했지만 생사기로에서 한 숨 돌린 수준이다. 살얼음판이다.

 

 

◇ 불황의 끝 보인다…치고나가는 현대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61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초 6개사(현대중공업·현대로보틱스·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현대글로벌서비스)로 쪼개지기 전(前) 사실상 지주회사였던 현대중공업의 마지막 실적이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41.4%,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90.3% 뛴 것. 증권가 예상치(3700억원)도 훨씬 웃돌았다. 또한 무엇보다 조선 ‘빅3’ 중 상대적으로 실적의 질(質)이 좋다.

작년 1분기 이후 영업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올 1분기는 분기 기준 최대치다. 구조조정 효과가 함께 버무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2014~2015년 도합 4조7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감개무량이다.

1년 전에 비해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조선과 더불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주력사업인 해양플랜트의 흑자 반전과 현대오일뱅크의 변함없는 선전에 기인한다.

해양플랜트는 지난해에 현대중공업의 7개 주요사업중 유일하게 영업적자(618억원)를 냈던 부문이다. 하지만 올 1분기 야드 과밀화 해소 등으로 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1분기 영업손실 1299억원과 비교하면 급반전한 것이고,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이다. 

2016년부터 찾아온 정유업계의 호황으로 현대오일뱅크는 거침없다. 영업이익이 1769억원에서 2295억원으로 뛰었다. 현대중공업 1분기 영업이익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와 달리 조선은 상대적으로 힘을 못썼다. 영업이익이 2011억원에서 1271억원으로 감소했다. 상선부문 건조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인건비 축소 등 원가절감으로 전분기(362억원) 보다는 성장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엔진기계 부문도 작년 1분기 640억원에서 올 1분기 51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외 로봇부문이 53억→94억원, 전기전자 505억→398억원, 건설장비 325억→584억원의 경영성과를 보였다. 각각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가 맡게 되는 사업부문이다.

 

 

◇ 대우의 10분의 1…초라한 삼성

대우조선해양은 생존이 급선무다. 오죽하면 2015년 10월 정부로부터 4조20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고서도 경영 정상화가 안돼 1년5개월만에 또다시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을 수혈받을까.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은 올 1분기 영업이익 2918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17분기만이다. 최근까지만해도 법정관리가 거론되며 생사의 기로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 반전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 선박 발주량, 국제유가 등 국내 조선사들의 발목을 잡았던 주요 변수들이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선박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조선업 경기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75억원. 3분기 연속 흑자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10분의 1도 안될 정도로 초라하다.

게다가 갈수록 줄고 있다. 작년 3분기 840억원에서 4분기 464억원으로 감소했고, 1분기(275억원)에는 이보다 더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3.02%에서 1.95%, 다시 1.13%로 떨어져 간신히 1%대를 유지하는데 만족했다.

예상치 못한 암초도 만났다. 지난 1일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끼리 부딪치는 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생산현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올해 인도 예정인 주요 해양플랜트 공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흑자행진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수주 실적도 온도차

조선사에게 선박 수주는 계속 경영을 가능케 하는 먹을거리다. 지난해까지 수주절벽이 이어진 탓에 ‘이러다 도크가 비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올 들어선 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다. 조선 경기가 바닥권을 탈출해 회복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의견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내 조선사의 신규 수주 물량이 연초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주 실적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예외가 없다.

현대중공업은 올 4월 누적 기준 39척 23억달러(2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최대치며 연간 목표량(59억달러)의 39% 수준이다. 4월 한 달 동안만 18척 9억달러(1조200억원)을 수주하며 업황 회복을 제대로 누릴 태세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중공업은 올 1~3월 누적 15억달러(1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치(65억달러)의 23% 수준이다. 오히려 수주잔고가 줄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1분기 신규수주가 매출액(2조4370억원)을 밑돌면서 수주잔고(매출기준)는 작년 말 9조9000억원에서 1분기 말 9조2000억원으로 줄었다”며 “이는 지난해 조선·해양부문 매출액의 1년치도 안 되는 일감”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7억7000만달러(8700억원)의 수주로 3사 중 규모가 가장 작다. 건조의향서(LOI) 체결까지 더하면 약 13억달러(1조47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목표치(55억달러)의 24%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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