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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꿈, 아들에게로…故 최종현 추모식

  • 2018.08.24(금) 23:43

워커힐호텔에서 사진전도 열려…500여명 참석
최태원 회장, 학술재단 설립하며 아버지 따라

"우리는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다." SK그룹의 철학이 된 사회적 가치와 맥이 닿는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소신이다.

▲ 故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

고 최 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인 '최종현 회장, 그를 다시 만나다'가 서울 광진구 광진동 워커힐호텔 비스타홀 지하 1층에서 24일 오후 열렸다. 태풍 솔릭이 수도권을 비껴가 보슬비가 내리는 속에서 500여명의 인파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추모 행사장 앞에서 연신 "오셨어요, 아직도 거기서 사시는가요"라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서울 광진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故 최종현 회장 추모식 행사에 앞서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방문객들은 고 최 회장을 소탈하고 담백한 사람으로 추억한다. 1973년 광고주가 없어 폐지될 뻔한 TV 프로그램 '장학퀴즈' 최장수 진행자였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는 "최 회장은 굉장히 소탈하고 털털했다. 형제 간 우애도 깊었다"며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재학했던 시카고대에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며 그를 추억했다.

시카고대에 재학 중이던 고 최 회장은 형인 최종건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1973년 당시 선경 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1997년 폐암 선고를 받고 이듬해 8월 26일 6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래 설계를 강조한 고 최 회장은 오늘날 SK의 뼈대를 만들었다. 회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룹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 1984년 북예맨 유전 개발,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만들었다.

또한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SK에 에너지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을 추가했다. 1978년에는 반도체 산업의 잠재력을 예견해 선경 반도체를 설립했으나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었다. 그의 꿈은 아들인 최 회장이 넘겨 받아 2011년 하이닉스 인수로 이어졌다.

▲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故 최종현 SK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故 최종현 회장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SK

고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에 빚을 지고 있음을 언급하는 등 SK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회적 가치의 원형을 담아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행사장에 홀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낸 고 최 회장은 "늘 현실을 인식한 경영을 강조했다. 기업이 처한 사회와 환경을 고려해 경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은 현실을 인식한 경영법이다"며 아들의 행보에 공감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어원이 라틴어로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이라며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인프라로 제공하는 등 경제적 가치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

고 최 회장은 인재육성을 강조하며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지난 지난 44년 동안 747명의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한 것을 비롯해 37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화학과) 등이 한국고등교육재단 출신이다.

▲ 최태원 SK회장이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故 최종현 SK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오늘 이 자리가 선대회장을 추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자리가 된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가 있는 한 선대회장이 꿈꾼 일등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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