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10년전인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고, 투자부진과 생산성 둔화가 겹치면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6일 '최근 민간투자 부진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2%포인트를 기록해 민간투자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만간투자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보여주는 민간투자 성장기여도는 2017년 2.8%포인트에서 지난해 -0.8%포인트로 급락한 뒤 올해 들어서도 -2.2%포인트로 하락폭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2.7%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국의 투자급감은 선진국의 양호한 투자증가와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감세정책, 적극적 산업정책 등에 힘입어 민간의 혁신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투자부진과 생산성 저하에 대한 획기적 조치가 없으면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일컫는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5%로 추정하고, 투자부진과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2020~2025년 잠재성장률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1.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이후에도 잠재성장률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연평균 4% 이상의 투자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투자 세제지원, 규제개선, 경제 예측가능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민간투자가 부진하면서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부 성장기여도가 민간 성장기여도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부진이 잠재성장률마저 갉아먹지 않도록 정부는 투자확대를 이끌어낼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