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정우 회장 취임 후 강조하고 있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중소·벤처기업에 힘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현실화해 가고 있다. 기업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벤처플랫폼'을 구축해 미래 신성장사업의 밑거름이 될 스타트업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철강 본업에서도 협력 중소기업의 시름을 덜어 주는 상생(相生)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벤처펀드로 '될 사업' 집중 육성
포스코는 지난 19일 포항·광양 지역 벤처기업, 창업보육기관 및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소통을 위한 '벤처밸리 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벤처밸리는 지역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이 연구·투자유치·기술교류를 더욱 유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기구다.
벤처밸리 기업협의회는 포항·광양지역의 197개 벤처기업으로 구성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텍, 테크노파크 등 14개 창업보육기관, 포항·광양 지자체가 지원한다. 포스코 역시 간사로 참여해 협의회 운영을 돕는다.
협의회는 벤처기업 운영에 필요한 안건을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맞춤형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24년까지 2000억원의 재원을 벤처밸리에 대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벤처플랫폼'을 조성한다는 계획중 하나다. 포스코는 국내외 유망 기술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에도 8000억원을 내놓는 등 총 1조원을 벤처 육성을 위해 투자키로 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및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응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벤처기업들을 육성, 투자해 다양한 신성장사업을 발굴한다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국내 벤처생태계 조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운영계획 발표행사에서 "미래의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하는 것"이라며 "선순환 벤처플랫폼을 구축해 국가의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벤처밸리와 벤처펀드를 활용해 '창업-기업 육성-대규모 사업화'까지 벤처기업의 전 생애주기를 단계별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벤처펀드에는 1조2000억원 규모로 외부 투자자금도 유치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ICT 등 그룹사 확대
포스코는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측면에서도 협력사, 공급사와 협업하고 동반성장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8월 민간기업 최초로 공사계약에 '하도급 상생결제'를 도입,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하도급 분야 상생결제 도입·확산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 구매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예치계좌를 통해 2차 협력사에 직접 지급함으로써 협력사의 대금회수를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6월 하도급 상생결제를 도입했으며, 7월에는 이를 포스코케미칼과 포스코ICT 등 그룹사로 확대했다. 포스코는 하도급 상생결제 도입으로 1·2차 협력사들의 현금 유동성 및 경영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 협력사는 결제일에 현금지급을 보장받고 결제일 이전에도 포스코 수준의 낮은 금융비용으로 결제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 1차 협력사가 상생결제를 통해 2차 협력사에 지급한 결제액은 법인세를 감면 받을 수 있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중소기업에 100% 현금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 현금결제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현금결제 지원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