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펫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수의사의 ‘몸값’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문직이라는 메리트까지 얹어진 수의사의 인기는 대학입시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수의대가 의대, 치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에 준(準)해 ‘의치한수’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이유다.
다만 입시 환경이 예년과 100%의 싱크로율을 보일리 없다. 2021학년 수의대 입시에서 서울대가 수시 인원을 줄이는 등 적잖은 대학에서 선발인원에 변화를 줬다. 여기에 지역인재 확대 변수는 수시 전형에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는 체크포인트다.
서울대 지균 3분의 1 쳐낸 이유
2021대입에서 수의대는 10개 대학이 총 496명(정원내)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수시모집 314명(63.3%), 정시 182명(36.7%)이다. 2020학년과 대동소이한 수치로 수시가 5명 줄고, 정시가 4명 늘었을 뿐이다.
유일한 사립대학인 건국대가 가장 많은 69명을 선발한다. 다음으로 경북대 57명, 충남대 54명, 경상대·전남대·전북대 각각 50명, 충북대 46명, 강원대·서울대·제주대 각각 40명 순(順)이다.
수시 전형별로는 서울권 서울대와 건국대를 제외한 8개 지방 국립대학이 교과전형을 설정, 168명(33.9%)을 선발한다. 전체 수의대의 3분의 1 가량을 뽑는 수시 최대 전형이다. 학종은 강원대를 제외한 9개 대학에서 123명(24.8%)을 모집한다. 논술은 건국대, 경북대 23명(4.6%)으로 얼마 안된다. 2020학년에 비해 1~3명 정도 줄었을 뿐 전형별 인원 변화는 거의 없다.
대학별로 뜯어보면 양상이 사뭇 달라진다. 맨 먼저 수의대 최상위 대학 서울대의 학종 지역균형선발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서울대가 2020학년 지균의 3분의 1이 넘는 6명(15→9명)이나 쳐냈다.
이유는 이렇다. 작년에 수의학과는 정원 40명을 수시(지균 15명·일반 25명)로만 모집했다. 지균에서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미등록자가 대거 발생했다. 무려 8명이 정시로 이월됐다. 올해는 아예 지균에서 6명을 미리 정시로 옮겨버렸다.
경상대는 반대로 정시(7→5명)를 2명 줄여 수시 교과 지역인재(20→22명)로 돌렸다. 여기에 학종 인원도 조정해 일반전형(8→5명)을 3명 축소, 새롭게 학종 지역인재(3명)로 뽑는다.
수시전형 내에서 인원에 변화를 준 대학들도 있다. 경북대는 2021학년에 학종을 줄여 교과를 늘렸다. 학종 일반(18→14명)을 4명 축소해 교과 지역인재(6→10명)를 확대했다. 이와 달리 전남대는 교과 일반(20→14명)을 6명 줄여 학종 지역인재(7→10명)와 고교생활우수(7→10명) 전형으로 각각 3명씩 분산 배치했다.
수의대의 대학별 전형 인원 조정에서 볼 수 있듯이 2021학년 수의대 입시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인재의 확대에 있다. 경상대(5명)를 비롯해 경북대(4명), 전남대(3명) 등 3개 대학에서 증원이 이뤄졌다.
수의대 수시 지역인재가 66→78명으로 12명 늘어난 이유다. 전체 수시에서 치지하는 비중도 20.7%→24.8%로 4.2%p 상승했다. 전체 수시모집에서 4분의 1가량을 지역 학생으로 뽑는 셈이다.
대학별로는 경상대가 25명으로 가장 많다. 경북대와 전남대가 각각 10명. 제주대 8명, 충남대 8명, 강원대 7명, 전북대 5명, 충북대 5명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수시 3분의 2 수능 영향권
수의대 교과전형은 모두 면접이 없는 일괄전형이다. 또한 경북대 수의예과 지역인재(교과 70%+서류 30%)를 제외하고는 7개 대학 모두 교과 100% 또는 교과 위주에 출결·봉사를 10~17% 반영한 정량평가로 이뤄진다.
9개 대학이 운영하는 학종은 대부분 면접을 포함한 다단계전형이다. 건국대 KU학교추천, 경상대 지역인재, 충북대 학생부종합Ⅱ 전형에서만 예외적으로 서류(학생부·자소서)로만 평가한다.
수의대 입시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평가요소다. 10개 대학 선발인원 212명에 수능최저가 설정돼 있는 것. 이는 전체 수시인원(314명)의 67.5%에 해당한다.
교과(168명) 및 논술(23명)에는 죄다 수능최저를 요구하고 있다. 학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수능 영향력이 낮은 편이다. 서울대 지균(9명), 전북대 큰사람(2명), 충남대 PRISM인재(6명), 충북대 학종Ⅱ(4명)에만 수능최저가 설정돼 있다. 도합 21명으로 전체 학종(123명)의 17.1% 수준이다.
건국대 논술(9명)이 국․수(가)․영․과탐 수능 4개 응시영역 중 ‘3합4’ 이내로 꽤 높은 편이다. 경북대 논술(14명)과 전남대 교과 일반(14명)은 ‘3합6’. 제주대 교과 2개 전형은 4과목을 모두 반영해 ‘4합9’를 맞춰야 한다.
합산시 수(가)를 포함하도록 못박는 곳도 상당수다. 경상대 교과 일반(13명) 및 지역인재(22명) 수(가)를 포함해 ‘3합6’, 강원대 교과 전형은 ‘3합7’, 전북대는 교과 ‘3합7’, 학종 ‘3합8’이다.
교과와 학종간에 갭을 두는 대학은 전북대 말고도 더러 있다. 충남대 2개 교과 전형은 4과목 중 ‘3합6’인 반면 학종은 ‘3합9’를 맞추면 된다. 충북대는 교과 2개 전형과 학종 학생부종합Ⅱ의 수능최저가 각각 ‘3합7’과 ‘3합8’로 나눠져 있다.
서울대도 학종 지균에 수능최저를 제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코로나19 고3 구제 방안’으로 대폭 완화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에 한해 3개 이상 ‘2등급→3등급’으로 조정했다. 탐구 선택시 충족기준 또한 ‘2합4’에서 ‘2개 3등급’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