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학습’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학습지 ‘빅4’ 재능그룹이 임대업으로 주업이 바뀔 판이다. 본업인 학습지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빌딩임대료로 거둬들이는 벌이가 더 짭짤해서다. 무려 12년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재능홀딩스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이 192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보다 7.8%(162억원) 감소했다. 2016년 11월 모태인 ㈜재능교육에서 투자부문을 쪼개 설립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수익성은 사뭇 다르다. 영업이익 5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4.7%(13억원) 증가했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0.9%p 상승한 2.7%를 나타냈다.
재능그룹은 창업주 박성훈(77)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다. 박 회장이 재능홀딩스 단일 1대주주(지분 53.3%)로 있고, 재능홀딩스가 계열 최상단에 위치하며 재능교육(72.5%), 재능인쇄(100%), 재능유통(100%), 재능셀프러닝(100%), 재능방송(72.5%) 등 5개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지주회사 아래 각 자회사별로 교육출판 및 방송, 인쇄, 유통·임대 등 그룹 주요 사업들이 분업화돼 있어 재능홀딩스의 연결실적(종속회사 2개 해외법인 포함 7개사)은 계열 전체의 경영 성과를 한 눈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울타리 밖에 IT업체 재능이아카데미(2020년 매출 44억원)가 있기는 하나 사업적 무게감은 거의 없다. 창업주 2세 박종우(49) 재능교육 대표가 최대주주(47.6%)로서 이어 재능이아카데미가 재능홀딩스 2대주주(26.1%)로 있는 단지 지배구조 측면의 존재감만 갖고 있을 뿐이다.
재능그룹 전체 계열의 매출 볼륨이 축소된 것은 무엇보다 모태인 재능교육의 부진에 기인한다. 유아․초등생 대상의 스스로학습시스템, 스스로학습센터 등과 연계한 교육출판사업을 벌이는 주력 중의 주력사다. 교원(구몬·빨간펜), 대교(눈높이), 웅진씽크빅에 이어 4위 이른바 학습지 ‘빅4’ 업체다.
재능교육은 작년 매출(별도)이 152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에 비해 7.6%(124억원) 줄었다. 2007년 3190억원을 찍은 뒤로 거의 매년 예외 없이 감소 추세다. 이보다 못한 수치를 찾으려면 무려 1995년(1310억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좀처럼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뒷걸음질 쳤지만 ㈜재능교육에 비할 바 못된다. 3개 주력사 중 하나로 재능교육에서 출판하는 각종 학습교재와 전집·도서 등의 인쇄를 담당하는 재능인쇄는 228억원으로 6.1%(15억원) 줄었다. 재능유통의 경우에도 238억원으로 감소폭이 2.5%(6억원) 정도다.
덜 팔고도 더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재능유통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제이플라츠’ 임대사업을 벌이는 계열사다.
제이플라츠는 지하철 1,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3분거리의 더블역세권에 있는 임대 전용 아파트형 비즈니스빌딩이다. 대지면적 1만3100m²(3960평), 건축연면적 9만8300m²(2만9700평)에 지하 4층·지상 15층 규모다. 주인이 재능유통이다.
즉, 재능유통은 원래 재능교육 학습지 배송이 주업이었지만 2007년 4월 제이플라츠을 완공(시공 삼성중공업)한 뒤로는 임대관리가 메인사업이 됐다. 2020년 매출에서 임대부문이 84.1%(2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임대관리수익을 주된 매출로 하는 빌딩임대업의 특성상 2009~2020년 매출은 200억원대에서 오르내린다. 수익성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작년 영업이익이 110억원이다. 이익률이 46.4%다. 2010년 이후 매년 100억원을 웃돌며 이익률 또한 40~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돈벌이에 있어 모태이자 주력사인 재능교육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 작년만 보더라도 재능교육(19억원)의 6배, 재능인쇄(1억원)와는 비교불가다. 게다가 영업이익이 ㈜재능교육을 앞지르고 있는 것도 2009년 이후 무려 12년째로 감히 넘볼 레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