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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벤츠·BMW·폭스바겐 '몰래' 웃었다

  • 2021.05.11(화) 10:05

벤츠코리아 이익률 3.7%-벤츠파이낸스 42.6%
폭스바겐코리아 적자-폭스바겐파이낸스 흑자
​​​​​​​BMW파이낸스, BMW코리아 영업이익 추월

지난해 수입차 회사의 회계 장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영업이익률이었습니다. 수입차 빅3의 2020년 영업이익률을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3.7%, 비엠더블유코리아(이하 BMW) 1.5%에 불과했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아우디폭스바겐)는 적자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예상 밖의 부진한 실적이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7만4859대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속에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BMW 매출은 3조9641억원으로 2019년보다 38.6% 증가했죠. 아우디폭스바겐은 매출이 1년 전보다 75.3% 급증하고도 지난해 19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덩치만 커졌을 뿐 내실은 없었다'는 평가받을 만한 성적표입니다.

수입차 회사는 정말 덩치만 커졌을까요.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각 수입차 업체들의 자동차금융회사입니다. 

지난해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976억원입니다. 이는 BMW 영업이익(597억원)보다 63.6% 더 많은 실적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79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2.6%에 이릅니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은 적자를 냈지만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해외에서 자동차를 들여와 파는 수입차 회사는 내실 없는 장사를 했지만, 이 수입차 회사의 자동차금융 회사는 고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해외 본사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남는 장사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오른쪽 주머니나 왼쪽 주머니나 돈만 나오면 되는 것이죠.

자동차금융회사의 성장은 그만큼 현금을 주고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할부로 자동차를 사거나, 리스로 자동차를 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체 리스·할부금융 38조9000억원 중 88.4%(34조4000억원)가 자동차 관련입니다. 특히 수입차와 같이 비싼 자동차는 자동차 금융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례로 최근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세단 '파사트 GT' 등에 대해 월 납입금을 파격적으로 낮춘 유예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사트 GT 프리미엄'(4490만원)의 경우 선납금으로 찻값의 30%를 내고 36개월간 매월 16만5000원을 내며 차를 살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진짜 청구서는 3년 뒤에 찾아옵니다. 36개월 뒤 찻값의 65%(유예금)를 내야 하는 것이죠. 더욱이 유예기간 동안 이자율은 5.87%에 이릅니다.

이 같은 자동차 금융 시장의 고성장은 한편에선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자동차 금융을 활용해 분수에 맞지 않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가 많아서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선 무리하게 자동차금융을 이용해 차를 샀다가 경제적 위기를 자초하는 '카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득에 맞게 자동차를 구입하는 합리적 소비와 함께 유예할부 등 자동차 회사의 무리한 마케팅도 자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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