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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르노의 '싹쓸이' 배당

  • 2021.04.14(수) 16:31

르노, 적자난 르노삼성서 배당 안받았지만
르노캐피탈, 순이익보다 큰 530억 배당
절박한 르노그룹, 작년 10.7조 순손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726억원을 낸 탓입니다. 배당의 재원인 순이익이 마이너스(-)니, 주주가 가져갈 몫이 없는 것입니다. '배당 0원'은 2012년 이후 8년만입니다. 당시에도 207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났었죠. 흑자로 전환된 2013년부터는 7년간 총 1조4642억원을 배당했습니다.

르노삼성차의 최대주주는 지분 80.04%를 보유한 르노그룹(Renault Group BV)입니다. 나머지 지분(19.9%)은 삼성카드가 가지고 있습니다. 주주들에겐 8년 만에 무배당 소식은 서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르노그룹이 지난해 한국에서 배당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르노그룹이 한국에 운영 중인 자동차금융회사 알씨아이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르노캐피탈)가 배당을 한 덕분이죠. 지난해 로노캐피탈의 배당금은 530억원. 이 배당금은 르노캐피탈의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RCI Banque S.A.)에 지급됐습니다. 이곳은 르노그룹의 자동차 금융 전문회사입니다. 

배당은 한 해 경영 성과에 대한 주주의 몫입니다. 해외로 배당금이 유출된다고 삐딱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배당은 경계해야 합니다. 

지난해 르노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449억원. 한해 경영 성과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으로 받아간 것입니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의 보여주는 배당성향은 118%에 이릅니다. 르노캐피탈은 지난 2016년에도 그해 당기순이익(300억원)보다 많은 배당(405억원)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배당률은 135%였죠.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27.3%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르노캐피탈은 싹쓸이 배당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싹쓸이 배당이 불법은 아닙니다. 상법 제462조를 보면 이익 배당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빼고 남은 한도 내에서 할 수 있습니다. 작년 말 르노캐피탈의 순자산(자본)은 3315억원. 여기서 자본금(755억원), 이익준비금(215억원) 등을 빼보면 배당 한도는 넉넉합니다. 

법적 테두리 내에서 실시된 배당이지만 경영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순이익의 일부는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더욱이 금융의 역할을 맡고 있는 르노캐피탈은 재무 건전성을 일반 기업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르노캐피탈이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본사의 상황이 절박해서일 것입니다. 지난해 르노그룹의 당기순손실은 80억4600만 유로(10조7908억원)에 이릅니다.

그룹에서 르노삼성자동차를 보는 시선도 곱지는 않습니다.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죠. 이 발언이 담긴 보도자료는 그대로 언론에 배포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 발언을 굳이 공개한 것은 일자리에 민감한 정치권에 보낸 경고일 것입니다. 2018년 한국지엠(GM) 지원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본사 경영진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본사 경영진의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을 통해 절박한 상황에 몰린 르노의 '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르노그룹은 르노캐피탈로부터 싹쓸이 배당을 받아 간 것이고요. 르노그룹이 한국시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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