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이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우조선해양의 전환사채(CB)는 또 다른 근원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사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를 회계적으로 자본과 부채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 문제다. ▷관련기사: [단독]대우조선해양, 내년 CB '이자폭탄' 1900억(9월15일)
현재는 전환사채의 만기가 길다는 점(영구채) 등을 근거로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자가 오르게 되면 전환사채의 차입금적 색깔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수출입은행을 상대로 발행한 2조332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자본 2조6264억원 중 신종자본증권(전환사채)이 차지하는 비중은 88.8%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상반기 원자재인 후판 가격 인상 탓에 1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전환사채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 됐다. 1조원의 당기순손실이 결손금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를 빼고 나면 재무구조는 급격하게 악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은을 상대로 3차례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 전환사채는 모두 자본으로 분류됐다. 2016년 1조원, 2017년 1조2848억원, 2018년 481억원 등 규모로 발행된 전환사채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대출금을 전환사채로 상계했다. 대출금을 전환사채로 바꾼 셈이다.
이 전환사채의 만기는 모두 30년이다. 30년 뒤에는 동일한 조건으로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의 의지에 따라 전환사채의 만기 연장이 가능하고 이자 납부를 선택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전환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과거 사례도 감안했다. 2013년 21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신종자본증권, 2015년 300억원 규모의 풀무원 전환사채와 500억원 규모의 신세계건설 신종자본증권 등이다. 모두 만기가 30년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전환사채의 이자가 오르게 되면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2021년 12월31일까지 1%, 이후부터 5년 만기 공모 무보증회사채 기준수익률(등급민평수익률)에 매년 0.25% 가산된다'는 조건에 따라 내년 이자가 8%대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자가 변동되는 부채 성격이 부각되는 셈이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전환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내년 이후 스텝 업 금리가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적 성격이 존재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인 재무안전성은 회계상 지표대비 열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환사채는 2017~2048년 사이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 전환가는 4만350원. 주식시장에서 이보다 비싸게 주식이 거래되고 있으면, 전환가를 행사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주식시장에서 2만9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수은이 굳이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공적자금 부실 운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