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 가운데 3명이 매달 구독하는 게 있습니다. 쿠팡, 마켓컬리냐구요? 아닙니다. 그 이름도 익숙한 OTT, 즉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데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OTT 이용률은 무려 70%를 넘어섰습니다.
복수의 OTT를 구독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과거 넷플릭스 하나만 구독했던 이들이 이젠 티빙, 왓챠,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매달 3만~4만원 출혈을 감수하면서 국내외 OTT 서너개를 구독하는 식이죠.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SK브로드밴드는 OTT 포털 '플레이제트'를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7만9000원. TV와 노트북에 꽂아 여러개의 OTT를 마치 스마트TV처럼 컨트롤 할 수 있는 제품인데요. 플레이제트를 여행지에서 실제로 사용해봤습니다.
'오늘 뭐보지'…더 이상 싸우지 말자
플레이제트는 휴대가 용이할 만큼 가볍습니다. 박스에 담긴 구성품은 플레이제트 본체와 전용 리모컨, 전원 어댑터와 USB 케이블, HDMI 케이블, LAN 케이블 총 5개인데요. 이것들을 다 합쳐도 500g 수준입니다.
설치는 어렵지 않습니다. 눈대중으로 2분 만에 설치를 마칠 수 있었는데요. TV와 플레이제트를 HDMI 케이블로 연결하고, 플레이제트에 어댑터를 따로 연결해 콘센트에 꽂으면 끝입니다.
본체는 모든 와이파이와 호환합니다. SK브로드밴드 무선인터넷이 아니더라도요. 그래서 LAN 케이블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호텔 등 숙박업소의 와이파이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어서 작동 시 버벅거림이 없더군요.
최대 장점은 OTT 정리 기능입니다. 플레이제트는 국내외 주요 OTT(웨이브·티빙·왓챠·아마존프라임비디오·애플TV+)의 콘텐츠들을 통합검색할 수 있습니다. 요즘 웬만한 호텔엔 스마트TV가 있어 플레이제트가 굳이 없어도 되는데요. 문제는 '뭘 볼까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친구들 여럿이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할 때 이 얘기를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플레이제트 홈화면에서 '영화' 버튼을 누르면 장르별 OTT 콘텐츠가 쭉 정렬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싶다면 '액션'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샹치'부터 '파이트클럽'까지 총 803개의 액션 영화가 뜨네요.
콘텐츠가 공짜는 아닙니다. 하지만 복수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격에 연연할 필요가 없죠. 리스트를 살피다가 친구들과 양조위를 보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플레이제트가 영화 샹치는 애플TV플러스와 웨이브, 티빙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고 친절히 알려줍니다. 단품 구매시 어느 OTT에서 보는 게 가장 저렴한지도 함께입니다. 마침 티빙을 구독 중이라 간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OTT 외에도 놀거리가 많습니다. 눈에 띄는 건 노래방입니다. 플레이제트에서 금영노래방을 다운로드하면 1개월 무료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한국인의 가요 사랑은 여행지에서 더 극대화되죠. 노래방 화면을 띄워놓고 그냥 따라 부르기만 해도 재밌습니다.
스마트TV 없는 'OTT 러버'라면 한번쯤?
플레이제트는 스마트TV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에겐 그리 매력적인 상품이 아닙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TV에선 이미 각종 OTT 앱을 다운받아 편리하게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내 스마트TV 보급율은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의 OTT만을 구독하는 이에게도 큰 쓸모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에 OTT 구독을 시작한 이용자인데요. 타사 OTT를 보지 않는다면 콘텐츠 라인업이나 가격 등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죠.
플레이제트에 딱 맞는 이용자는 스마트TV는 없고 복수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이용자입니다. 현재 'IPTV(인터넷TV)'를 서비스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로서는 콘텐츠보다 '통합 검색·가격 비교' 기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죠. 이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단순히 'OTT 셋톱박스'가 아닌 OTT 포털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대가를 두고 민사소송 중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플레이제트와 콘텐츠 협업을 맺지 않겠다고 튕긴 모양입니다. 아마 앞으로 둘 사이의 갈등이 해소된 이후 협업이 가능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