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 공을 들여왔던 두 회사의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지난달에는 나란히 월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두 회사의 눈은 이제 유럽을 향하고 있다. 네이버가 유럽 진출의 교두보인 프랑스에서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프랑스에 진출한다. 일본·동남아 등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였던 두 회사가 유럽에서 어떤 승부를 펼칠지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카카오, 나란히 월거래액 1000억 돌파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지난달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수는 사상 최대치인 8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20년 12월 72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년여 만에 100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유료 거래액도 증가해 지난달 월간 거래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8월 최초로 월간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카카오픽코마(옛 카카오재팬)의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도 지난 1월 사상 최고 월간 거래액인 7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1%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8년 픽코마가 기록한 한 해 거래액을 뛰어넘는 숫자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7227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픽코마의 지난 1월 월간 거래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시장 공략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004년 웹툰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2014년 글로벌 플랫폼 '라인 웹툰'을 미국에 론칭하며 해외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2020년부터는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등 글로벌 웹툰 사업을 총괄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네이버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 100여개국에 10개 언어로 웹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6년 자회사인 카카오재팬(현 카카오픽코마)을 통해 해외 웹툰 시장에 진출했다. 픽코마는 한국의 인기 웹툰을 현지에 맞게 서비스하면서 입지를 넓혔다. 픽코마 작품 중 한국 콘텐츠 비중은 2%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편이다.
또 단행본을 주로 서비스하는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카카오 픽코마는 2020년 7월 라인 망가를 제치고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세계 만화 시장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2015년 26.3%에 불과했던 디지털 만화 비중은 2019년 52.1%를 기록하며 인쇄 만화 시장을 앞지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만화 산업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만화 시장은 2019년 91억달러(약 11조원) 규모에서 2020년 11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웹툰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웹툰 정보 플랫폼 웹툰인사이트 이세인 대표는 "웹툰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웹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는 등 해외에서도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분야별로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는 한국의 프로덕션 체제를 차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 교두보 프랑스서 맞대결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유럽 웹툰 시장을 두고 다시 한번 승부에 나선다. 네이버웹툰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 카카오가 진출을 선언하면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만화 시장 규모가 가장 커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디지털 만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디지털 만화 플랫폼이 론칭되면서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만화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출 기준 2~3%에 불과한 만큼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말 프랑스에 먼저 진출해 프랑스 1위 웹툰 사업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9월 프랑스 구글 플레이 만화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투자한 콘텐츠퍼스트의 태피툰도 프랑스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 매출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며 활약하고 있다. 태피툰은 현재 약 190여개국, 500만명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3월 사업제휴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콘텐츠퍼스트의 지분 25%를 취득한 바 있다.
상반기 중 서비스 론칭을 앞둔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만화 선호도가 높은 프랑스 만화 시장의 특성을 살려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과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인기 웹툰을 현지화해 1위에 오른 성공 경험을 프랑스 시장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만화 산업백서'에 따르면 일본 만화는 프랑스에서 시장 매출의 30%, 부수로는 약 45%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가 견고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프랑스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일본 만화 등을 확보해 작품 라인업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얼마나 좋은 웹툰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