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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유통점들, KB알뜰폰에 뿔난 이유

  • 2022.04.06(수) 17:05

시장교란행위 지적, 사업 재인가 취소 촉구까지
KB국민은행 "일반적 판매수준"…가이드라인 준수 입장

휴대폰 유통 사업자들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이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원가보다 낮은 요금제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금융 대기업의 적극적인 사업 확대가 자칫 알뜰폰 사업자와 유통업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담겨 있다. 휴대폰 유통 사업자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알뜰폰 시장을 어지럽히는 대기업 행위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 KB국민은행 겨냥 '시장 혼탁 주범' 

6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KMDA)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자인 KB리브엠에 대해 성명을 내고 "금융자본을 동원한 시장교란 및 불공정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에 KB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승인 취소를 요청했으며, 정부에 대해서도 알뜰폰 시장 공정 경쟁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KB리브엠은 KB국민은행이 지난 2019년 10월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알뜰폰 브랜드다. KB국민은행은 금융·통신간 융합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 등의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라는 규제 샌드박스 인가를 받고 통신시장에 발을 들였다. 

KB국민은행이 주력인 금융과 거리가 먼 통신 영역에 눈을 돌린 것은 전국을 망라하는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 고객과 접점을 강화하고 금융과 통신간 융합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국 130개 은행 지점에 전담 매니저를 배치하고 은행 업무 안내는 물론 알뜰폰 가입을 지원하거나 유심(USIM) 요금제 상품을 판매했다. 특히 온라인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알뜰폰 상품을 홍보하면서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금융-통신 융합에 주목, 가입자 기대 못미쳐

KB리브엠은 경쟁사보다 저렴한 요금제와 그룹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한 차별화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첫 사업이니 만큼 통신 마진을 포기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창구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침 정부가 알뜰폰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모처럼 시장에 활기가 돌기도 했다. 알뜰폰은 국민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출범했다.

알뜰폰 서비스는 초기 이렇다 할 시장 성장을 보이지 않았으나 2019년 5G 통신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비싼 5G 요금제 대신 알뜰폰이 주목 받으면서 가입자수가 점차 확대됐다. 작년 11월 국내 알뜰폰 가입자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KB리브엠은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사업 초기 목표로 내건 가입자수는 100만명이나,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가입자수는 30만명 수준이다.

공격적 마케팅에 "시장 교란행위" 지적

이 상황에서 KB리브엠의 마케팅 활동이 수위를 넘었다는 유통업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지난해 하반기 부터다. KB리브엠은 작년 10월 쿠팡과 제휴, 자급제 아이폰13 시리즈를 구매하고 리브모바일 요금제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어 캐시와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했다.

이를 통해 쿠팡과 함께 최대 22만원의 사은품을 지급했는데, 이는 '자급제폰은 통신사와 연계해 판매하면 안된다'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안이라는게 KMDA측 설명이다. 

KMDA는 KB리브엠의 요금제에 대해서도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리브엠은 지난 2월부터 '청년들을 위한 LTE 요금제'를 월 2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요금제는 한달에 11GB(기가바이트) LTE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고, 데이터가 소진되면 하루에 2GB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마저 소진되면 추가 과금없이 최대 3Mbps 속도의 데이터를 준다. 음성 통신은 무제한이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도매로 빌려 일반 소비자에게 싸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사 망을 빌리고 지불하는 도매대가(원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요금제를 설계해야 그만큼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KMDA는 KB리브엠의 요금제가 원가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요금제라면 24개월 동안 26만원의 손실이 난다는 추론이다. 손실을 보면서까지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KMDA는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중소업체 죽이기의 결과는 통신자회사를 포함한 소수 대기업만의 독과점 시장 형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원가 못미친 요금제...소수 대기업 독과점 형성"

KMDA는 KB리브엠의 사업 활동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 대해 KB국민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승인 취소를 촉구하고, 통신감독기관에 대해서도 알뜰폰 시장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MDA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불공정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원가 이하의 손실형 요금제 판매와 같은 덤핑행위 금지에 대한 규제기준의 마련 및 실행과 공정경쟁을 위한 알뜰폰 시장의 사은품 가이드라인도 즉시 운영될 수 있도록 정확한 기준을 수립해 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리브엠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는 알뜰폰 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출시되고 있다"며 "자급제 단말기 대상 이벤트의 경우에도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의 파트너로서, 알뜰폰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적극적 홍보 및 정부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엇갈림에 따라 시시비비 판단은 정부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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