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버텼다' LCC, 일본 여행객 늘자 '훈풍'(2월17일)
국내 주요 LCC(저비용 항공사) 업체들이 코로나 이후 실적 반등세에 진입했다. 대부분 국가들이 입국 규제 완화로 하늘길을 열면서 여행객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LCC 업계는 올해 흑자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비상할 전망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코로나 기간 급격히 떨어진 재무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LCC 업체들의 부채비율은 1800~2900%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기간 발행한 영구채의 이자율도 올해부터 인상되는 만큼 자금마련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불어난 결손금
LCC 업계의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내는 지표는 결손금이다. 그간 누적된 적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이익잉여금의 마이너스(-) 개념인 결손금은 그간 누적된 당기순손실을 나타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 4사(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의 작년 3분기 기준 누적 결손금은 1조8227억원에 달했다. 결손금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에어부산으로 지난 3분기 기준 568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도 영업손실(54억원)을 기록하면서 결손금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CC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화물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해 흑자를 기록한 FSC(대형항공사)와 달리 LCC 업계는 대형기가 사실상 없어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며 "특히 LCC 업계의 알짜 노선인 일본, 중국이 입국 규제 완화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움직이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결손금이 자본 총계를 갉아먹으면서 부채비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부채비율의 적정 수준은 200% 내외이지만 항공업은 항공기 운용 리스를 부채로 인식해 300~50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LCC업계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티웨이항공이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956%에 달했다. 에어부산(2227%)과 제주항공(1872%)이 그 뒤를 이었다.
진에어의 경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인 탓에 부채비율을 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4분기 흑자 전환과 영구채 발행으로 인한 자본 확충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은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채 이자 확 뛴다
LCC 업계는 코로나 기간 동안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사실상 빚(부채)을 내고도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영구채 발행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사실상 없는 채권이다. 보통 30년 만기 형태로 발행되지만 발행 회사의 의사에 따라 만기일을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상환 의무가 없어 부채 성격이 짙음에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일정 시점이 도래하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제주항공의 영구채는 1550억원(전환사채 764억원 포함)으로 주요 LCC 업계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에어부산은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12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발행했다. 진에어는 작년 8월 750억원의 영구채를 조기상환한 뒤 그해 10월 62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재발행했다. 영구채를 발행하지 않은 곳은 티웨이항공이 유일했다.
영구채 발행이 사실상 빚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인 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고 매년 금리가 인상되면서다. 이른바 스텝업(step-up) 조항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790억원 규모의 영구채 이자율이 오는 5월부터 5%포인트(p) 인상된 12.4%다. 이후 매년 같은 시점에 연 이자가 1%포인트씩 가산된다.
에어부산도 영구채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특히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에게 빌린 500억워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는 이미 연 이자율이 9.7%(발행 당시 7.2%)로 뛴 상태다. 오는 6월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가산된다.
진에어가 작년 10월 발행한 620억원 규모 영구채의 이자율(8.6%)도 오는 10월부터 5%포인트 상승한다. 내년 10월부터는 매년 2%포인트씩 상승한다. 상환 시점이 늦어질 수록 부담해야 할 이자가 점점 불어나는 셈이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영구채는 보통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기 전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만 재무적으로 봤을 때 영구채를 발행한 대부분 LCC 업계가 조기 상환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CC 업계 대부분이 재무적으로 현재 현금성 자산이 적은 상황"이라며 "유동화 비율은 통상 150%대를 정상으로 보는데 LCC 업계는 현재 30~50%대로 유동화 수준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대부분 LCC 업체들은 영구채 상환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버티는 시기는 끝났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중단거리 노선이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조기 상환이나 이자를 내는데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CC 업계는 자본 확충의 또 다른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왔다. LCC 업계가 코로나 기간(2020~2022년) 추진한 유상증자 규모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세부적으론 △제주항공 5744억원 △에어부산 3009억원 △티웨이항공 2678억원 △진에어 2288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