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연초부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2년 반 만에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3년 만에 재운항하게 됐고, 신생 항공사들은 국제선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가장 넓어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영국,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당국은 지난 1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의 시정안이 시장 경쟁을 완화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성명을 공개하며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당초 영국은 이달 23일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예상보다도 빠른 전개에 대한항공은 "심사 중인 미국, EU, 일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정안의 핵심은 독과점 완화다. 통칭 통합 항공사 인천~런던 점유율은 66%로 독과점 기준인 50%를 넘는다. 영국 경쟁당국 요청에 따라 대한항공은 점유율을 41%로 낮추는 내용을 시정안에 담았다. 통합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서 보유한 슬롯(slot, 공항 이착륙 횟수) 총 17개 중 7개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항공에 내놓는 방식이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이 슬롯에 들어올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업계 의견도 분분하다. 자국민 이용률이 높은 장거리 노선이라고 보기 어려워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버진애틀랜틱항공이 중장거리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2015년 일본 노선을 폐지한 이후 지금까지 동아시아는 홍콩과 상하이(푸둥)만 오가고 있어 한국을 추가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거론된다. 영국항공이 현재 런던~인천 예약을 막아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란 평가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은 1984년 설립 이래 영국항공이 취항하지 않은 노선 위주로 운영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버진애틀랜틱항공이 인천~런던 직항편을 띄우는 게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권 가격 인상을 제한하려는 게 독과점 완화의 본질"이라며 "대체 항공사가 들어와야 다양한 시간대와 가격 형성에 기틀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일부 독과점 노선에 대한 완화 방안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각국 항공사의 신규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직항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랜 기간 독식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 일본 뜬다
단거리에서는 역대 최다 수준의 노선이 운항될 전망이다. 최접전지는 일본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하늘길을 전면 개방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진에어 등 7개 저비용항공사(LCC)는 앞다퉈 증편 경쟁에 나섰다. 5월 연휴와 7~8월 여행 성수기 추가 증편도 예정돼 있다.
국내 11개 항공사가 모두 일본 노선을 띄우는 상황도 머지않았다.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와 벼랑 끝에서 되살아 난 이스타항공이 출격 대기 중이다.
에어로케이는 내달 2호기가 들어오는 대로 청주~오사카, 나리타 하늘길을 하루 2번(주 14회) 오갈 예정이다. 운항 허가 절차는 완료했다. 에어로케이가 국제선을 띄우는 건 2016년 5월 창립 이후 7년 만이다. 에어로케이는 오는 5월 중 3호기도 인도해 올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연내 일본 노선 재운항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운항증명(AOC)을 내주면서 3년 만에 다시 항공기를 띄우게 됐다. 우선 이달 말 김포~제주 노선부터 운영한 후 국제선 예약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추가 도입도 준비 중이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각기 다른 선호하는 시간대가 다 다르다"면서 "운항 항공사가 많을수록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항공사들이 방콕, 대만 등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 운항을 늘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시간 활용이 용이해질 것이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