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항공업계의 대규모 채용이 시작됐다. 모집 첫날부터 지원자가 대거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면접 준비 스터디모임을 꾸리는 등 취업 관련 커뮤니티도 활발한 분위기다.
반면 조선업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원자가 없어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숨통을 트이긴 했으나 미봉책에 불과한 수준이다.
자동차·항공, 취준생 집결
"2시간째 대기 중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진행하는 기술직(생산직) 채용에 홈페이지 접속자가 이틀째 수만 명을 기록했다. 공고가 올라간 지난 2일 오전 9시에는 홈페이지 접속 대란 사태까지 일어났다. 접속 대기자는 한때 3만명까지 늘어나면서 각종 취업 준비 커뮤니티에 대기 현황이 공유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생산직 지원자는 "오랜만에 나온 채용공고여서 더욱 지원자가 몰리는 것 같다"면서 "워낙 좋은 근무조건으로 정평 난 회사다 보니 이번에 현대차 서류 넣는다는 공무원도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자동차 생산직 채용에는 최소 1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 인원은 400명 안팎으로 경쟁률만 250:1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채용 직군인 R&D, 전략지원, 디자인 등도 높은 경쟁률이 점쳐진다.
현대자동차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신입 초봉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이며, 생산직의 경우 평균 연봉이 9600만원에 이른다. 만 60세 정년 보장이 가능하며 정년 후에는 계약직으로 근무 가능하다.
항공업계는 3~4년 만에 신입 객실승무원부터 채용을 재개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에 이어 에어서울이 3일 신입 객실승무원 서류접수를 마감한다. 에어서울 객실승무원 경쟁률은 현재 기준 150:1 정도로 전해진다. 서류접수를 끝내고 나면 경쟁률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올해 객실승무원 지원자들은 유독 설레는 모습이다. "한 항공사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다른 항공사에 지원하면 되니 개의치 않았다", "승무원 준비만 2년 했다. 이번만큼 채용 소식이 반가운 적이 없다" 등의 글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최근 열악한 근무환경이 폭로되기도 했지만 객실승무원은 여전히 여성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꼽힌다. 비교적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고 연봉도 높은 수준이어서다.
국제선 하늘길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채용도 검토되고 있다. 객실승무원 외 사무, 정비 등 지원부문 인력 충원도 진행될 예정이다.
조선업, 외국인 채용해도 인력 가뭄
반면 조선업계는 외국인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다. 국내 취업준비생들이 들어올 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외국인으로 눈을 돌렸다. 조선업 특성상 업무강도가 높고 야외작업이 많다는 점 등이 머뭇거리게 만드는 이유다. 현재 조선업계 외국인 비중은 전체 인력의 6% 정도다.
조선업계가 최근 친환경 고부가선박 수주로 호황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총 3600명에 이르는 외국인 인력을 연내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그래도 1만명가량이 더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업계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2년간 늘리기로 했다.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개선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건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생산직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인력도 줄고 있다. 중소업체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사무직 직원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업종이었는데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곤 맥을 못 추고 있다"면서 "조선이나 철강업계는 채용 경쟁률이랄게 없어진 지 오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