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명분을 잃은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8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최근 결정한 유상증자 재논의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 9일 만이다. 고려아연 이사진 중 사외이사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이번 유상증자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그 결과는 고려아연 실적이 발표되기 전에 이사회를 열고 공개한다.
고려아연이 최근 대형 증권사와 기관투자자를 만난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고려아연은 이 자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고려아연 이사회는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증자를 결정했다. 증자 규모는 373만2650주로, 현재 발행된 주식의 20%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었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증자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고려아연 '폭탄 증자'의 후폭풍이 명분을 집어삼켰다. 공개매수(89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증자 신주(67만원)를 발행하는 점, 금융권 빚으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경영권을 방어한 뒤 주주 증자금으로 빚을 갚는 자금의 흐름 등에 비난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증자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한도 제한 배경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용 증자에 반대 의사를 보인 셈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 연합 38%, 고려아연 우호세력 합산 35% 등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 우군으로 분류된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지분(0.8%)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려아연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연합은 계획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임시 주총 소집허가에 대해 이날 27일을 심문기일로 잡았다. 영풍·MBK 연합은 현재 의결권 대결에서 앞서고 있는 만큼 내년 정기 주총 전에 속전속결 표대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