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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마켓 키워드]③오일달러 씨말리는 '셰일혁명'

  • 2014.12.10(수) 11:09

美 셰일 등에 업고 제조업 르네상스..에너지 패러다임 쥐락펴락
변동성 확대로 시장위기 우려..유가하락 수혜국 韓도 득실 따져야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은 세상을 완전히 뒤바꿨다. 기계의 발명과 기술 혁명은 농업이나 가내수공업 위주에서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는 제조업으로 진화시켰다. 자본을 등에 업으면서 소위  '억만장자'도 이 때부터 생겨난다. 빈부격차라는 부작용도 따랐다.

 

감히 셰일가스 혁명을 제2의 산업혁명으로 예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가 급락이라는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며 세상을 흔들고 있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셰일혁명이 서서히 진행되며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졌지만 그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고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美 제조업 르네상스 야망 뒤에 셰일혁명 있다

 

계절적인 요인만 감안해도 지금은 유가가 한참 오를 때다. 그러나 최근 몇주간 유가는 브레이크를 상실한 듯 빠르게 추락 중이다. 내년에는 배럴당 40달러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것이 터무니없는 전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부분이다. 수혜자와 피해자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가 하락 뒤에는 셰일가스 혁명이 자리한다. 미국이 제조업 기지를 자국으로 옮겨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루겠다고 했을 당시 처음엔 많은 한계점이 지목되며 실현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뒤에는 에너지 패권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이 녹아있었다.

 

현재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무섭게 변모 중이다. 연료값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이 필요치 않게 되면 미국은 그들이 원했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나홀로 성장 역시 셰일가스 덕분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대격변을 겪고 있다.

 

▲ 지난 1년간 국제 유가(WTI) 추이(출처:NYT)

 

◇ 美-이머징간 격차 가속화..유가 향방 오리무중

 

미국 외에 다른 곳들은 뒤죽박죽이다. 글로벌 경제 둔화로 가뜩이나 초과공급 상황이었던 원유시장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더해지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덕분에 매년 원유 공급은 100만배럴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이머징과의 신분 격차는 더 확고해졌다. 에너지 패권을 쥐게 된 미국만 혼자 웃고 반대편에 서 있는 러시아 등 자원부국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자원에서 재정수입 대부분을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 우려까지 나온다.

 

중동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에게도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의 유가 하락이 일부 국가의 사회적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OPEC이 최근 원유 감산을 통해 유가하락 방어에 나서지 않은 것은 반대의 전략의 취한 것일 수 있다. 유가 하락을 용인해 셰일가스와의 비교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대안이다.

 

하지만 셰일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OPEC의 치킨게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70달러 안팎이 셰일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셰일오일을 생산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되지만 실제로는 더 낮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단순한 수급 요인이 아니다보니 내년 유가 흐름 예측 또한 쉽지 않게 됐다. 일부에서는 30~40달러대까지 예상하고 있는 반면, 다시 유가가 되오를 것이란 전망도 맞선다. 에너지투자가로 유명한 분 피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유가 하락을 감내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OPEC 회원국들이 결국 감산에 나서면 유가가 100달러대로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완만한 셰일가스 생산 속도와 OPEC의 감산이 더해지면서 유가가 더 떨어지지 않고 70~75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는 쪽이다.

 

◇ 셰일혁명 아닌 셰일쇼크될 수도..韓도 긴장해야

 

어느 시장이든 변동성 확대가 달가운 곳은 없다. 유가 하락으로 수혜를 보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존재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확대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직까지는 주택시장만큼 파급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이긴 하다.

 

급격한 유가하락은 에너지주나 에너지기업의 부채 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서 에너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0%에 이른다.

 

래리 맥도날드 뉴엣지 USA 전략 헤드는 "오랜 기간 60달러 이하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2009년 이후 최악의 미국 기업 부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이어진 양적완화 덕분에 기업들이 차입비율을 높이면서 반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경고다. 뉴엣지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및 상품관련 부채는 3조4000억달러로 10년전 9억달러에서 크게 급증했다.

가장 최근에는 OPEC 회원국들의 오일 달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마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이 그간 번 오일달러로 미국 국채와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부터 주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산을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가 하락으로) 이들이 유동성을 거둬들일 경우 글로벌 시장의 축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으로서도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유가하락 수혜국이 될 수 있지만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는 우리의 시장 잠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럽만 해도 정유설비가 2010년 이후 15개 이상 폐쇄됐다. 다른 이머징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의 디커플링 요인으로는 셰일가스 혁명이 지목된다. 셰일가스를 등에 업은 산업이 미국에서 급성장하면서 한국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갭'을 만들었다는 논리다. 당장 내년만 놓고보면 유가 하락 수혜도 일부 누리면서 디커플링 갭이 축소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득실을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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