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 환경이 '무한 채널 경쟁시대'로 돌입하면서 광고 시장에서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약진하는 반면 지상파의 영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 대기업 광고주들이 인터넷보다 지상파 광고를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해 대기업들의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광고매출 비중은 지상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15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비중은 55%에 그쳐 10년 전인 2006년(75.8%)보다 20%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종편 사업자(PP·Program Provider)의 비중이 17.8%포인트(21.1%→38.9%) 오른 것과 비교된다. 케이블TV(SO·System Operator)의 점유율도 이 기간 2.7%에서 4%로 확대됐다.
▲ 매체별 방송광고 시장 점유율 추이. (도표출처:방송통신위원회) |
지상파 방송사업자(KBS·MBC·SBS·EBS·지역민방 등)의 지난해 전체 광고 매출은 1조9112억원으로 전년보다 2%(137억원) 늘어나긴 했으나 2011년(2조3754억원)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종편 사업자(매일방송·JTBC·조선방송·채널A 등)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전년보다 10.3%(1263억원) 증가한 1조3520억원에 달했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광고 매출 역시 해마다 늘어나면서 지난해 2068억원을 기록했다. 방송 업계에서는 올해 1~4월 광고 누적 매출액에서 PP인 CJ E&M이 KBS와 SBS를 누르고 MBC에 이어 매출 2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의 신흥 세력인 종편과 케이블TV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지상파TV 사업자의 위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상파TV의 주요 광고주인 10대 기업들이 종편과 케이블TV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 광고비 가운데 지상파 비중은 48%로 전년(53%)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종편 비중은 기존 7%에서 9%로 2%포인트 확대됐고 케이블은 기존 10%에서 변함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지상파 광고 비중은 44%로 전년(49%)보다 5%포인트 하락한 반면, 케이블과 종편의 광고 비중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국내 방송 광고주가 대부분 대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지상파와 종편 및 케이블 진영이 서로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는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송 광고의 경우 광고주 구성이 대기업 중심으로 한정되어 있어 케이블과 종편 등 한쪽이 성장하면 다른 한쪽에 위기가 오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광고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미국(10.9%)과 일본(6.5%)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을 통한 광고보다 지상파 광고를 선호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대 광고주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KT 등은 적게는 44%에서 많게는 70%의 광고를 지상파 등에 집행했다. 반면 대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PC와 모바일)에 집행한 광고 비중은 5% 미만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대기업 위주의 디스플레이(배너)광고 보다 중소상공인 위주의 검색광고 매출이 높은 편이다. 실제 네이버의 경우 검색광고주의 80% 이상이 한달에 50만원 이하를 광고비로 사용한다. 검색광고란 검색창에서 '꽃배달' 등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검색결과와 함께 등장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에 비해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네이버 국내 광고 매출의 3분의 1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