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검색포털 네이버가 경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글 같은 기술 중심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재도약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하는 IT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온라인을 넘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 시대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또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임기 3년)로 새로 선임하는 안도 처리한다.
이로써 네이버는 법조인 출신의 김상헌 대표 뒤를 이어 기술 전문가인 한성숙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경영인 세대교체를 이루게 된다. 한 대표 내정자는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옛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과 NHN(현 네이버) 검색품질센터 이사, 서비스 총괄 부사장 등을 맡았다. 인터넷 산업 초기부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았으며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실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네이버컴이란 사명으로 출발한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초대 대표이사를 맡다 한게임 흡수합병(2000년)으로 이해진·김범수(한게임 창업자) 공동대표 체제를 거쳤다. 이어 2007년에 언론사 기자 출신의 최휘영 대표를 내세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다 2009년부터 전문 경영인인 김상헌 대표가 취임하면서 경영 효율과 안정에 무게를 뒀다.
네이버가 IT 기술 전문가로 경영인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인터넷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네이버 최대 라이벌이라 할 카카오도 지난 2015년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체제에서 IT 투자 전문가인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틀을 바꿨다.
미국의 구글 역시 2015년 지주사 알파벳을 설립하고 래리 페이지 CEO가 지주사로 넘어가는 대신 IT 전문가인 순다르 피차이 부사장이 구글 CEO를 맡는 등 세대교체를 이룬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에는 관리형 리더인 에릭 슈미트 CEO가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회장직을 맡았다.
네이버가 영입하는 변대규 회장 역시 내로라 하는 기술 전문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변 회장은 디지털 셋톱박스로 시작해 비디오 및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로 글로벌 성공신화를 쓴 벤처 1세대의 상징적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1989년에 건인시스템(현 휴맥스)을 창업했으며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맡는 등 한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 변대규 휴맥스 회장. |
네이버는 변 회장이 정부와 대학 및 연구기관, 벤처유관단체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로서 경영 현안을 챙겨본 경험을 이사회에 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변 회장의 모범적인 벤처정신과 그에 기반한 통찰력이 네이버가 글로벌 기술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네이버가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한명씩 추가함에 따라 이사회 구성도 달라지게 된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김상헌 대표와 이해진 이사회 의장·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 3인의 사내이사와 4인의 사외이사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김 대표와 황 CFO의 임기가 내달 만료되면서 이사회는 한성숙·이해진 2인의 사내이사와 변대규 1인의 기타비상무이사, 4인의 사외이사로 짜여지게 된다.
지금의 이해진 의장이 글로벌 투자 및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창업 이후 유지해오던 의장직을 내려 놓기로 하면서 후임을 누가 맡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변 회장이 기술 리더이자 글로벌 성공 신화를 쓴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외부인에게 의장직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누가 의장을 맡을 지를 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사회 멤버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외부인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