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주식 거래가 1년 가까이 정지되면서 이를 보유한 펀드 가치가 제대로 산정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거래가 정지될 시점의 주가가 기준이 되다 보니 펀드 가치의 왜곡은 물론 거래가 재개될 경우 주가 급락과 함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왜곡을 막으려면 거래정지 시점의 주가가 아닌 공정가액 평가가 바람직하지만 현시점에서는 평가 방식을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이벤트 많았는데 거래정지 시점 주가 활용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거래정지 조치 이후 해당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들이 다수 발생했지만 공모 펀드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5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지난해 7월 14일 장 마감과 함께 주식 거래가 정지된 후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상장 적격성 심사를 거쳐 9월 28일까지 대우조선해양에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이 끝난 후 심사를 다시 진행해 거래재개 시점을 정할 계획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공모 펀드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약 20만 주 가량으로 거래정지일 시점의 시장가치로 환산하면 90억원 수준이다. 당시 공모 펀드 순자산 규모인 60조원과 비교하면 비중이 0.015%에 불과하다. 액티브펀드들 역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패시브펀드들의 경우 당시 코스피200 종목이던 대우조선해양을 아직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지난 3월 30일부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어 5월 11일엔 코스피200 편입종목에서 제외됐지만 시장 거래가 정지된 탓에 해당 패시브펀드들은 여전히 이 종목을 가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지난해 말 기준 펀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KODEX200으로 6만5000주나 된다. 조선업종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의 경우 보유 비중이 최대 9%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 투자자 손실 우려…공정가치 반영해야
문제는 이들 펀드가 대우조선해양의 현재가치를 거래정지일 시점의 주가를 활용해 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감자와 1조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등 1년 사이 대우조선해양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1년이 지난 예전 가격 정보가 그래도 반영돼 있는 셈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최종 거래일 가격 정보만 가지고 현재 펀드의 순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투자자들은 거래재개 이전에 환매를 통해 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신규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부당하게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법령에서도 시가가 존재하는 경우 시가를 활용하되 평가일 현재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으면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상장 주식의 공정가액 평가 사례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공정가액 평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권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