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화려한 백조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펄어비스가 한순간에 미운오리새끼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단독으로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은 IPO 흥행과 함께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기대했지만 졸지에 200억~300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게 됐는데요. 과연 펄어비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이라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2014년 12월 국내를 시작으로 일본과 러시아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남미 지역에서 잇달아 성공적으로 런칭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터키와 동남아, 중국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어 전망도 밝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예상 공모가가 8만~10만3000원 수준으로 제시되면서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인 10만3000원으로 확정되면서 공모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428억원에 달해 코스닥 게임 대장주인 더블유게임즈의 시총 9642억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결국 결과는 흥행 참패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5~6일 이틀간 진행된 펄어비스 공모청약 결과 최종 경쟁률은 0.43대 1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공모 물량 180만주 중 20%가량인 36만주가 일반 공모청약 대상이었는데 채 절반도 팔리지 않은 겁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청약에 참여한 증거금이 모두 실제 주문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입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더해 최근 게임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여기에다 경험상으로 봤을 때 IPO 후 게임업체의 주가가 좋지 않았던 점 역시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펄어비스 IPO에 기대 한몫 챙기려던 투자자들도 울상입니다. 우선 펄어비스 IPO의 단독 주관사를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은 대규모 주관 수수료 대신 실권주를 떠안게 됐습니다. 예상 주관 수수료는 30억원 수준이었는데요. 청약이 되지 않아 한국투자증권이 떠안야 할 실권주 규모는 대략 200억~3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장외에서 펄어비스 주식을 산 증권사들도 잔뜩 부풀었던 기대감이 확 꺾였습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이 펄어비스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메리츠종금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4만8000원대로 각각 2만533주, 3만800주를 샀고, 신한금융투자가 6만원대에 1만4800주를 매입했습니다.
펄어비스 주가가 공모가만 유지해도 두 배 안팎의 높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었는데 공모 분위기가 급반전하면서 들뜬 기대감도 한풀 죽은 모습니다.
물론 앞으로 주가 향방은 알 수 없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앞다퉈 펄어비스의 공모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칭찬 일색의 리포트를 내놓고 있는데요. 앞으로 해외 출시가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수 있고, 신작 라인업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과연 누구의 판단이 맞을까요. 펄어비스가 제2의 더블유게임즈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