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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팩터투자, 펀드매니저 전유물 아니다"

  • 2018.09.27(목) 17:06

임유석 MSCI상무 인터뷰
"개인투자자도 ETP 통해 팩터 투자 활용"
미국에선 '지속가능 기업' 선별작업 각광

"한국은 주식 시장이 부동산 시장을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팩터투자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기업의 성장 개념이 '수익 창출'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팩터투자를 통해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지난주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2018 ETP 컨퍼런스 서울' 행사장에서 임유석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상무를 만나 펀드운용업계와 지수산출업계의 최근 트랜드를 들었다.

MSCI는 주식과 채권, 헤지펀드 관련 지수들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MSCI가 개발한 지수들은 전세계에서 유용한 투자 지표로 활용된다. 임 상무는 MSCI에서 한국 시장을 담당하면서 관련 지수 개발과 리서치 업무에 주력한다.

임 상무는 우선 팩터투자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상장지수상품(ETP)의 등장으로 개인들도 펀드매니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팩터투자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임유석 MSCI 상무[사진=이돈섭 기자]

 

팩터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개별 자산 항목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위험 요소들을 유형별로 수치화해 투자에 활용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팩터로는 밸류에이션과 저변동성, 모멘텀, 퀄리티 등이 꼽힌다.

팩터투자의 효용성은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돼왔다. 논의는 1930년대 시작해 90년대까지 새로운 팩터를 발굴하는 데 연구 역량이 집중돼 왔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고(故) 벤자민 그래험 콜롬비아대학 교수와 유진 파마 시카고대학 교수 등이 꼽힌다.

다양한 팩터에 기반한 지수들이 개발되고 이를 추종하는 펀드 상품들도 잇따라 출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액티브 투자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부가가치창출이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는 전언이다.

임 상무는 "퀀트 투자와 액티브 투자에 주력했던 펀드매니저가 활용하던 팩터투자가 최근 상장지수상품(ETP)의 등장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팩터투자가 절대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지수는 아니지만 장기 투자에 나섰을 때 시장 변동성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비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앞으로 효과적으로 사용될 팩터로 밸류에이션(Valuation)과 저변동성(Minimum Volatility)을 꼽았다. 밸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 수치를 활용해 저평가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저변동성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 창출에 있어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저평가됐던 종목들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생기면서 밸류에이션 항목을 눈여겨봐야 할 상황이다.

저변동성은 주가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것으로 수익을 덜 보는 한이 있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임 상무는 "다양한 팩터를 섞어 시장보다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저변동성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미국을 중심으로 퀄리티 팩터가 각광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퀄리티 팩터는 ▲레버리지 ▲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수치화해 투자 종목을 가리는 기법이다. 임 상무는 "기업 성장 개념이 수익 창출에서 퀄리티 개념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기업을 수치화해 선별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이 팩터투자를 직접 활용하긴 어려운 상황. 임 상무는 "최근 ETF·ETN 상품을 통해 팩터투자를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장기 투자를 통해 투자 성과를 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경우 주식 시장이 부동산 시장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면서 "건전한 자본 시장이 형성돼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리테일 시장에서 팩터투자가 활발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유석 MSCI 상무: 시드니대학 컴퓨터과학 박사, 뱅가드 및 도이치에셋&웰스매니지먼트 근무, 現 MSCI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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