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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맞은 코스닥 벤처펀드…꽃샘추위 '주의'

  • 2019.04.03(수) 14:44

올 들어 평균 수익률 10%대 '훌쩍'
CB 등 메자닌채권 상환일 도래 우려

지난해 수익률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속을 썩였던 코스닥 벤처펀드가 기지개를 한껏 켜고 있다. 향후 수익률 전망도 밝게 점쳐진다. 다만 일부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메자닌 채권의 주식전환청구 개시일이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2~3년 간 꾸준히 도래하면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코스닥 벤처펀드 수익률 개선
IPO 시장 활성화…기관 중심 수급 양호

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2개 코스닥 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0.6%를 기록 중이다. 6개월 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3.9%였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개선세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1(주혼)A다. 연초 대비 현재 수익률은 15.9%다. 이밖에 대부분의 코스닥 벤처펀드들도 올 들어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스닥 지수가 올 초 대비 현재 10.5% 가량 상승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증시 부진으로 신규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몸값을 낮춰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성공한 데 따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정부의 펀드 활성화 정책으로 지난해 4월 탄생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벤처기업 신주 15%, 벤처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종목 신·구주에 35%를 투자하는 식이다.

정부는 펀드를 출시하면서 운용사에게 코스닥 공모주 물량 30%를 우선 배정하는 등 참여도를 높이는 정책을 펼쳤다. 투자자에게는 세제 혜택도 제공해 가입 후 3년 이상 보유 시 최대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정책 효과를 입고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한달도 채 안 돼 판매금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누렸다. 소득공제 장기펀드와 해외 비과세펀드 등 세제 혜택이 있는 과거 금융상품과 비교하더라도 자금 유입 속도가 10배 가량 높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9월 들어 자금 유입 속도는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대부분의 펀드들이 설정 이후 연말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는 코스닥 회의론마저 떠올랐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올 들어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1분기 IPO 공모금액은 약 7794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5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기업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도 평균 38.6%를 기록했다. 현재도 기관 중심의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

SK증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 수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수가 다소 적은 점은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올해 IPO 시장은 알짜 기업들 등장 속 안정적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B BW 등 메자닌 채권 전환청구 잇따를 것"
코스닥 주식수 늘어나 주주가치 희석 우려

분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정작 부담스러운 시기는 이제부터 도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투자한 메자닌 채권 상환일이 다가오면서 차익 실현을 노린 물량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다.

메자닌 채권은 주식 성격을 가진 채권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래에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들은 코스닥 주식 변동성을 감안해 포트폴리오에 주식 대신 메자닌 채권을 채워놓았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코스닥 벤처기업 117곳이 발행한 CB는 120건, BW는 11건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8626억원 규모다. 올 1분기 메자닌 채권 발행실적은 CB 22건(3156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올해 만기가 1~2년으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주식전환청구권이 행사될 기업 수는 56곳으로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주식전환청구권가 행사되면 기업 부채가 자본으로 이동,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SK증권은 "대규모 전환 청구가 발생할 경우에는 단기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메자닌 채권의 전환청구 개시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주가 대비 CB 전환가격이 매력적인 기업들을 필두로 본격적 전환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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