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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자산운용사 증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2019.05.08(수) 17:21

12월 결산법인 중 적자 62곳…전년보다 늘어
신규업체 증가한 영향…위기 vs 기회 엇갈려

적자 자산운용사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은 정부가 진입 문턱을 낮춰주면서 업계가 양적 팽창을 이뤄낸 데 따른 필연적 결과란 해석을 내놓는다. 이를 두고 소형 자산운용사는 기회로 보고 있지만 대형사는 위기로 여기면서 시각 차이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정책 완화에 시장 팽창…적자 운용사도 늘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자산운용사 179개 곳 중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모두 62곳으로 집계됐다. 적자를 낸 운용사의 개별 손실 규모는 적게는 9938만원에서 많게는 약 28억원에 이른다.

3곳 중 1곳꼴로 적자를 기록한 셈으로 2017년 사업연도 기준 12월 결산 운용사 중 순손실을 기록한 곳이 53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기업 수는 1년 만에 9곳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양적 팽창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추는 정책을 실시했다. 업계 경쟁을 촉진시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정책 효과는 뚜렷했다. 운용사 수는 2014년 말 86개에서 작년 말 243개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용사 수탁고 총액은 769조원에서 1138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업계 종사자 수도 4750여명에서 약 8220명으로 확대됐다.

운용사가 처음 설립되면 대부분 자기 자본을 투입해 펀드를 일으키고 이 기간에는 뚜렷한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 외부 자본을 끌어와 수익을 내는 데는 통상 2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62곳 중 2015년 10월 이후 설립된 곳은 39곳으로 절반 이상이다. 신규 운용사 설립을 중심으로 업계가 확대됐지만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적자 상태가 유지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 vs 기회…대형사·소형사 간 시각차 뚜렷

운용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단순히 적자 기업의 증가로 보기보다는 판도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체가 많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성과 창출에 실패한 기업이 퇴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에서는 위기로, 한편에서는 기회로 비치고 있다. 대형사와 소형사 간의 뚜렷한 시각 차이이기도 하다.

대형사의 경우 사모펀드 중심의 운용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공모펀드 시장이 약화하면서 더 이상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기대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쉽지 않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신규 운용사들은 시장 변화를 영향력 확대로 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공모펀드 시장을 사모펀드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도 신규 운용사들이 대거 출현한 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며 "투자자들도 대부분 선수급이 돼 수익률 자체로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체가 많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2년 정도 뒤에는 망하는 운용사들이 나올 수 있다"며 "자의든 타의든 진검 승부에 나설수밖에 없게 돼 운용 능력이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책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책이 운용업계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면서 운용사 간 출혈 경쟁을 초래하지 않도록 장기 생존이 가능한 제반 여건을 미리 갖춰 성장의 선순환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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