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만큼 맨파워(Man Power)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없다.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같은 전문 서비스는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의 핵심 경쟁력이 사람이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자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가 확대되면서 끈끈한 인맥이 '초대형 딜'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임원진 프로필을 통해 얼기설기 엮인 증권가 파워인맥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증권사들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투자은행(IB), 그 가운데서도 부동산 금융에서 내로라하는 인맥이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다.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IB의 핵심 인력 중에 이 대학 출신이 유독 많다.
1일 비즈니스워치가 자기자본 5000억 이상 21개 증권사 분기보고서 상에 올라온 주요 임원 750명(3월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김성환(50)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을 비롯한 6명의 임원이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출신이다.
김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건대 부동산금융학 석사를 밟았다. 교보생명보험과 옛 LG투자증권을 거쳐 지난 2004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영입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5년말 한국투자증권의 IB 업무를 총괄하는 그룹장으로 선임될 당시만해도 증권가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정통 IB 업계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는 부동산 금융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부사장 선임 이후 한국투자증권의 IB사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김 부사장이 회사로부터 받는 금전적 보수만 봐도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는지 알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급여 2억원과 성과급 20억원 등 총 2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의 보수(16억원)를 웃도는 금액이다.
김 부사장 뿐만 아니라 박기호(54) NH투자증권 상무와 송원강(54) KB증권 전무, 곽영권(49) 메리츠종금증권 전무, 정현훈(49) 키움증권 이사대우, 이창용(57) SK증권 상무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들 대부분 각 증권사의 IB 산하 부동산 금융 관련 부서를 이끌었거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건국대가 아닌 다른 대학·대학원 부동산학과 출신 인사들도 여럿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주용국(48) 상무는 단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왔다.
KB증권의 홀세일부문장인 허연(56) 부사장은 한양대 부동산 석사 과정을, 한국투자증권의 재경1지역본부장인 이삼엽(58) 상무는 전주대 부동산학 석사를 밟았다.
아울러 한화투자증권의 최용석(48) 상무와 박희범(52) 상무보, 송요한(49) 상무보는 각각 뉴욕대·중앙대·한밭대 부동산학 석사를 주요 경력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건국대 출신의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에 가려진다. 건국대 부동산학과는 지난 1970년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석사과정으로 시작한 곳으로 우리나라 부동산학과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