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된 한화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장 지위가 높아진 점이 반영됐다. 유상증자로 그룹 내 긴밀성도 한층 강화돼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평가는 최근 한화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단기신용등급도 A2+에서 A1로 올렸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한국기업평가가 한화투자증권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올려잡았다.
신평사들의 한화투자증권 등급 상향 조정은 지난해 6월 말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나이스신평은 한화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 신용등급 추가 상향에는 수익성이 안정되고 있는 점과 유상증자로 손실 완충력이 강화된 점이 반영됐다.
한화투자증권은 파생결합증권 운용손실 여파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시기 누적 순손실 규모는 1731억원. 2016년 말 총자산수익률(ROA)은 마이너스 2.3%로 고꾸라졌다.
회사는 경영진 교체와 조직 개편에 나섰고,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1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올 1분기 말 ROA는 1.5%로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따른다.
나이스신평은 "2016년 3분기부터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손실 규모가 줄어들어 자기매매 손익이 안정화됐다"며 "특히 IB(기업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이익창출력의 안정성이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유상증자도 신용등급 향상에 힘이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2월 말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뒤 금융위원회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 지난달 30일 주금 납입을 완료했다.
나이스신평은 "경기 저하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 관련 부담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손해배상 가능성 등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일부 완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로 한화금융계열 핵심회사인 한화생명보험이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한화투자증권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한화금융계열과 지배적 긴밀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기평도 "한화자산운용이 전량 인수하는 유상증자 완료로 한화생명보험을 포함한 금융계열로부터의 계열지원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등급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19.63%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이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12.46%,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8.72%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한기평은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저하되고 우발채무 및 매도파생결합증권 관련 리스크 확대될 경우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평도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시장지위 추이 ▲수익성 변화 ▲우발채무 부담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