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국내 지점의 거액 배당이 올해도 이어지며 눈총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배당금 명목으로 대부분 송금하면서 국내 재투자 없이 해외 본사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이익잉여금 230억원을 미국 뉴욕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3분기 수익의 9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의 9월 말 기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42억원. 지점 운영 비용을 떼고 생각하면 수익의 전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의 고액배당은 꾸준히 이뤄졌다. 2012년 3월 2720억원을 배당해 그간 쌓인 누적 잉여금을 털어낸 뒤 최근 5년 새 거의 매년 많게는 순이익의 99%, 적게는 96%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특히 작년에는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돈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증권의 2017사업연도 순이익은 약 430억원인데 작년 3월 발표한 배당 총액은 이보다 20억원 가량 많은 450억원이었다.
골드만삭스는 1992년 서울사무소를 열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1998년 서울사무소를 서울지점으로 승격시켰다. 이후 자산운용과 은행 사업으로 확장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각각 2015년과 2016년 철수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하는 외국계 증권사는 골드만삭스말고도 또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꾸준히 '본점 올인' 배당을 실시해왔다.
크레디스트스위스 서울지점은 올 3월 2018사업연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905억원의 99%에 해당하는 9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2015년 이후 매년 순이익의 96~99%가량을 본사로 송금한 바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고액 배당금 지급은 해당 기업의 정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법인이 아닌 지점 형식으로 국내에서 영업을 전개하는 것이 국내 재투자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 본사가 세제 문제 등 법인 운영에 따르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지점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국내에서 번 돈은 일부라도 재투자해 자본시장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당성향을 줄이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도 관찰된다. BNP파리바증권 서울지점은 올 3월 배당금으로 2억9000만원을 책정했다. 2018사업연도 순이익 50억원의 6%에 해당한다.
이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BNP파리바의 2015~2016사업연도 배당성향은 각각 271%, 90%였다. 2017년 순이익이 마이너스 47억원으로 전년 순이익 46억원에서 93억원이나 줄어든 여파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서울지점도 2015사업연도까지 100%에 가까운 배당성향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순이익의 38%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