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대어 SK바이오팜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카카오뱅크가 강력히 거론되면서 상장 주관을 꿰찰 증권사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밸류에이션, 예상 공모규모, 기업가치 등을 감안했을 때 IPO 시장의 열기를 이어갈 후발 주자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증시 입성이 점쳐지면서 증권가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릴 경우 짭짤한 수수료 수익은 물론, 대형 공모를 진행했다는 '트랙 레코드'가 따라오는 등 증권사로서는 쏠쏠한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향유할 수 있는 과실이 확실한 만큼 대형사들 간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SK바이오팜과 마찬가지로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가 공동 주관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삼성증권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상장 시기는 아직 '미정'
6일 카카오뱅크(카뱅)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 준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증시 입성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뱅의 2020년 주식시장 IPO(기업공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보수적인 추정을 위해 기업공개는 2021년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장 일정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며 "다만, 이번 하반기부터는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뱅은 SK바이오팜의 흥행을 이어갈 후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공모 규모나 사업성, 브랜드 밸류 등을 고려했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 삼성證, 대어 낚기 성공하나
정확한 상장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 계획이 잡힐 것으로 예견되면서 대표 주관사 자리를 누가 꿰찰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폭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 합을 맞추는 공동주관 형식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카뱅 주관도 SK바이오팜처럼 외국계 1개사와 국내 대형증권사 1개사가 공동으로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공모 규모가 큰 대어급들은 공동 주관 형식으로 많이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이 대표 주관사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상위 7개사 중에서는 걸림돌이 가장 적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상황이라 카뱅의 상장 주관을 맡을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고, 지난달에는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3%(세전, 100만원 이내)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테크핀 상품인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협업에 들어갔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라는 점이 걸린다. 지난 2016년 8월 NH투자증권은 282억5000만원을 출자해 1033만8964주를 취득했다. 지분율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NH투자증권은 취득 당시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인터넷 은행 경쟁자인 카뱅의 상장 주관을 맡기에는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해관계자 정의를 놓고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아 주관사를 맡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4월 시행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협회가 정하는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발행하는 주식(협회가 정하는 기업공개 또는 장외법인공모를 위해 발행되는 주식에 한함) 및 무보증사채권의 인수(모집의 주선 포함)를 위해 주관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또는 가장 많은 수량을 인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펴낸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는 최대주주, 주요주주, 계열회사 등을 이해관계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카뱅 지분이 없는 상태다. 다만,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대주주 한국금융지주가 4.93%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8.60%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으려면 법에서 정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유권해석을 거쳐야 하는 등의 변수가 존재해 가능성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뱅이 인터넷 은행이긴 하지만 전통의 금융회사들에 경쟁자로서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상장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삼성증권은 얽힐 게 없는 편이다.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처럼 금융 플랫폼을 보유한 핀테크 및 IT 기업에 출자한 적이 없다. 신분 상 금융지주에 속한 계열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대표 주관을 맡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상장과 관련해 아직 일정 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대형사들의 이런저런 여건을 고려했을 때 삼성증권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합리적인 추측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