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순항을 이어갔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식 거래 열풍이 주춤해진 탓에 증권사들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탄탄한 성과를 냈다.
30일 비즈니스워치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 11위부터 20위에 속한 중소형 증권사의 2분기 연결 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이들 증권사의 전체 순익은 3717억원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 1분기(4680억원)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분기별 실적과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성적표다.
동학개미를 등에 업은 리테일 부문의 성과가 전분기보다는 아쉬웠음에도 중소형 증권사들이 견고한 실적을 낸 데는 투자은행(IB) 부문의 활약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런' 친 유안타
중소형사 중에서도 유안타증권의 비상이 두드러졌다. 1분기 1109억원의 순익으로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2분기에도 527억원을 벌어들이며 중소형사 '대장'을 꿰찼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1636억원의 순익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1050억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그간 유안타증권이 공들여 온 '사업 다각화' 전략이 올 들어 빛을 보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리테일 강자로서의 장점을 활용해 자산관리(WM) 부문의 질적 성장에 주력해왔다. 공모주 펀드, 비상장 주식 관련 상품 등 유안타증권 GWM사업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공급하며 일반 리테일 고객을 WM 고객으로 키워냈다.
IB 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올 들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제이시스메디칼 등 굵직한 종목들을 발굴 기업공개(IPO) 공동주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상장 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렸다. 하반기 다수의 IPO와 인수금융 딜이 예정된 만큼 IB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유안타증권에 대해 "그간 위탁매매 중심의 수지 구조상 높은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건으로 작용해왔으나 최근 지점 축소, 고마진의 IB 수익 비중 확대를 통해 영업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중소형사 호실적…IB가 효자
나머지 중소형 증권사들의 2분기 성적도 유안타증권에 못지 않다.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은 각각 464억원, 457억원, 423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전분기에 이어 400억원대의 분기 순익 행진을 이어갔다.
2분기 중소형사의 실적 호조는 무엇보다 IB 부문의 역할이 컸다.
하이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608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내는 등 상반기 IB(인수주선·매수합병·채무보증)에서 1059억원의 누적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수탁 수수료로 올린 수익 463억원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여기엔 상반기 마곡 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 등으로 부동산금융 부문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주효했다.
앞서 9년 만에 IPO 단독 주관(이노뎁)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주식자본시장(ECM) 부문 실적 성장의 포문을 다시 열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IBK투자증권 역시 IB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분기 36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중소·중견기업 특화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IB 수수료 수익으로만 328억원을 거둬들였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부동산금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호실적을 냈다. 공동주택과 업무지구개발 사업,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난해 연간 실적(843억원)에 육박하는 상반기 실적을 냈다. 현대차증권의 IB 부문은 2분기 281억원, 상반기 누적으로는 622억원의 성과를 내며 반기 실적 호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신영증권(3월 결산 법인)은 이번 2분기(신영증권 회계 처리상 1분기) 37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개미가 도운 '이베스트·교보'
이런 가운데 여전히 개인투자자 덕을 보고 있는 증권사들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이 대표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개미들 사이에서 일명 '염블리'라고 불리는 염승환 디지털사업부 이사를 등에 업고 개인투자자 대상 자산관리·금융자문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염 이사는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 등 각종 매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약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2분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금융자문 수수료 수익은 265억원으로 지난 1분기(146억원) 대비 1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도 1분기 28억원에서 2분기 53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보증권의 호실적에도 개인투자자들이 한몫했다. 교보증권의 2분기 수탁 수수료 수익과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은 각각 575억원, 39억원. IB 부문 수수료 수익(매수합병 236억·인수주선 73억)의 2배 수준이다.
IB 전쟁 본격화될까
이처럼 중소형사들의 실적에서도 IB 기여도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간 IB 실적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경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다수 증권사가 자본확충을 진행하면서 늘어난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위험인수를 통한 수익 확대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하이투자증권이 2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교보증권이 2000억원, BNK투자증권이 4000억원, IBK투자증권이 238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초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적정성을 맞추기 위해 위험인수를 억제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위험인수를 통한 수익 확대를 모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수탁 수수료 수익 비중은 줄고 IB 수수료 수익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수익 구조 다변화는 주식시장 변동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수익 변동성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사업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