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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0.1주 살게요' 소수점 투자의 모든 것

  • 2022.02.18(금) 09:31

투자 접근성 높이고 리스크 분산도 가능
증권사 24곳 서비스 준비…"초기 선점 목표"

LG생활건강은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황제주로 꼽힌다.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넘다 보니 1주를 사고파는 데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접근성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덜 수 있다. 주당 100만원을 호가하는 황제주를 꼭 1주가 아니라 0.1주,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으로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의 고가 황제주를 매매한다는 장점에 더해 이들을 한 바구니에 담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소수점 단위 매매시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실시간 거래 또한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제반 사항을 꼼꼼하게 살펴 투자해야 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법 안 건드리고 '신탁방식' 활용 

1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오는 9월부터 국내주식의 소수점 단위 거래를 서비스한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는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곳에서 가능하다. 이들 증권사는 0.1주, 0.2주, 0.7주 등 투자자의 각 주문 건을 모아 1주, 즉 온주 단위가 되면 이를 사들이고 투자자에게 그 비율만큼 배분한다.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는 해외주식과는 조금 다르게 이뤄진다. 국내 상법상의 주식 불가분 원칙과 온주 단위로 설계된 증권거래·예탁재가 시스템 탓이다. 금융당국은 법을 건드리는 대신 권리 분할이 쉬운 신탁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투자자의 소수점 단위 주문과 증권사의 온주 매입까지는 해외주식과 같지만, 해당 주식이 예탁결제원에 맡겨진다는 점은 차이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에서 예탁원은 증권사가 맡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이를테면 LG생활건강 1주에 대해 100주의 수익증권을 발행함으로써 투자자가 0.01주씩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해당 주식에 대한 수익증권을 갖는 것이다. 주식 소유권이 예탁원에 있기 때문에 거래 증권사가 파산하더라도 투자한 주식이 사라질 우려는 없다.

 유동성 개선 기대…의결권은 없어

국내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게 되면서 고가인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유동성 개선 기대감도 커진다.

전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201개 종목 가운데 1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는 황제주는 LG생활건강(102만8000원)과 태광산업(103만7000원)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살얼음판을 걸으며 이들 가격도 다소 내려간 상태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삼성바이오로직스(76만원)와 LG화학(64만원), 삼성SDI(55만7000원)가 최근 조정을 받고도 1주당 50만원을 웃돈다. 

소수점 거래에서는 투자자가 이들 고가의 우량주들을 소액으로 손에 넣는 게 가능하다. 또한 소수점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100만원, 200만원으로 시총 상위주들을 한꺼번에 섭렵할 수 있다. 개별 종목에는 그만큼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이다.

액면분할과 효과가 비슷하단 점에선 사실상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모든 주식이 '국민주'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NAVER) 등이 액면분할에 나서면서 투자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는데, 현재 이들의 액면 금액은 모두 100원으로 상법상 최소 수준이어서 더 이상의 분할은 불가능하다. 소수점 거래로는 소액으로도 접근이 가능해진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는 주가 수준과 관계없이 적은 금액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어 소액투자자들의 고가주식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인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소수 종목에 집중된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수점 단위에 비례해 배당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배당금을 1주당 1만2000원으로 결정한 LG생활건강을 0.1주 매수해뒀을 경우 1200원이 계좌에 입금되는 셈이다. 

다만 의결권은 없다. 소수점 거래에서 투자자는 예탁원이 발행한 수익증권의 '소수지분' 보유자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결권은 예탁원이 행사한다. 또한 개인 투자자 여럿의 소수점 단위 주문이 합쳐서 온주가 되어야만 매입과 신탁이라는 다음 단계로 가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를 할 수 없고, 체결가격 지정도 불가능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앞선 증권사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서비스에 비추어보면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 역시 일반 주식보다 비쌀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25% 수준이 업계 평균이다. 일반 해외 주식거래(0.1%)보다 높다. 

2030세대 선점 경쟁 치열 전망

국내에서 해외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70%는 2030세대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12월 한달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고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절반이 'MZ세대'(밀레니얼+Z)로 나타났다. 주식 소수점 매매를 우량주 투자의 진입 수단으로 활용하는 젊은 투자자가 많다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이들 젊은 층의 주식 소수점 거래시장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고객을 선점하면 장기적으로 우량 고객을 가져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가의 황제주를 사들이기엔 자금이 부족한 젊은 층에 특히 소수점 거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개시 초기에 가능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9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가 허용되는 국내 증권사만 24곳에 달해 서비스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수수료 인하나 환율 우대, 우량주 소수점 단위 증정 이벤트 등을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의 주요 고객층이 2030세대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M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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