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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버린 IPO...공모주 펀드 1년새 2.5조 증발

  • 2022.07.20(수) 06:09

공모주 시장 인기 시들자 자금유출 가속
대어 흥행해도 펀드 수익률 오름폭 제한적

"기존 투자금마저 빼가는 추세다."

한 공모주 투자전문 운용사 대표는 올해 목표를 '현상 유지'로 세웠다며 이처럼 말했다. 신규 자금 유치는 커녕 원래 있던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이 마르고 있다는 한탄이 흘러나온다. 

공모주 펀드는 채권과 혼합된 포트폴리오 덕분에 수익률 방어엔 성공했다. 그러나 자금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일제히 기업공개(IPO) 레이스를 중단하는 등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대어들이 몰려있는 하반기에도 공모주 펀드가 반전 스토리를 쓰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익률 방어는 했지만...빨라지는 엑시트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1년 수익률은 평균 -3%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27%인데 이와 비교해 양호하다. 

공모주 펀드 평균 수익률이 그나마 견조한 이유는 채권에 배분된 자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공모주 펀드는 통상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담고 나머지 30% 가량만 공모주에 투자한다. 하이일드 공모주 펀드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채권을 45%, 우량 채권을 15% 담고 나머지를 공모주에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50%를 코스닥 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한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엔 수익률은 -13%로 평균 대비 더 낮다. 그렇지만 주식형 펀드 수익률 보다는 견조하다고 볼 수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투자금 15%를 벤처기업에, 35%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공모주 펀드는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자금 규모는 급격히 줄고 있다. 연초 이후 1조6000억원이 빠져나갔으며 1년전과 비교하면 2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자금이 줄어든 까닭은 우선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작년까지 공모주 펀드로 자금 유입이 활발했던 이유는 조단위 대어급들이 시장의 높은 관심 속 줄줄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하면서다.

그러나 올초부터 유동성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공모주 시장에선 상장을 철회하는 사례가 늘었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또한 새내기주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점 역시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올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18일 장 마감가 기준 39만3000원으로 첫날 종가인 50만5000원 대비 22% 하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이 좋지 않은 탓에 신규 출자를 하지 않고 IPO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당장 펀드를 만들어도 자금을 넣으려는 기관이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기조로 증시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공모주 펀드 자금이 완전히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하게 채권과 주식에서 모두 자금이 유출되고 있으며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며 "투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공모주 펀드에만 자금이 유입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전도 쉽지 않다

WCP, 쏘카와 컬리 등이 조단위 대어급들이 대기 중인 가운데 하반기 상황은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반전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가 조심스러워진 상황에서 공모주 펀드에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작년 말 대비 16조원 줄며 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IPO의 성적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금리인상 시기에 투자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라 작년이나 재작년만큼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몰리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공모주 펀드의 성격상 공모주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펀드 수익률의 오름폭이 제한적인 점 역시 접근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펀드 특성상 공모주 시장이 너무 좋아도 좋지 않아도 성과가 좋지 않다"며 "공모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으면 한주도 받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공모주가 '따상'(공모가 대비 2배의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 기록)을 하더라도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기 때문에 공모주의 주가가 오르는 만큼 수익을 보긴 힘든 구조"라며 "실제로 펀드에 담을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고 운용역 재량인 만큼 얼마를 담을지도 미리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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