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수혜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며 테슬라와 우주항공산업 관련 ETF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공약 등을 바탕으로 보면 원자력과 바이오, 금융 등의 섹터를 담은 ETF도 주목된다. 세금 감면을 통한 제조업 부흥, 반중국 정책, 금융규제 완화 등도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오른손 '일론 머스크'…테슬라·우주산업 환호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은 지난 이틀간 6.16%(735원) 상승했다. 5일 1만1935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후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은 국내 ETF 중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30.63%)으로 담고 있다.
테슬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면서 6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7.09달러(14.75%) 오른 288.53 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향후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 사업도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인데, 트럼프가 정부효율위원회의 위원장에 일론 머스크를 앉히기로 공약했다. 규제가 1개씩 신설될 때마다 10개의 규제를 폐지한다는 목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 관점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업에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며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독주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ETF 중 테슬라를 10% 이상 비중으로 담은 ETF는 총 11개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이외에도 △KODEX 테슬라밸류체인FactSet(테슬라 비중 27.67%) △KODEX 테슬라커버드콜채권혼합액티브(21.66%)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20.38%)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18.23%) 등이 있다.
우주항공·방산 ETF도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또 트럼프는 2017년에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는 등 우주 산업에도 관심이 크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우주정책명령 2호'에는 우주의 상업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명시했다"면서 "민간 우주 산업의 빠른 혁신과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우주 규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는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종합적 규제 완화 요구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 분야와 함께 묶이는 방산도 트럼프 수혜 테마로 꼽힌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함과 함께 관세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국방 등에 투자할 것으로 공약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이 최소한 GDP의 2%를 국방 예산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나토 회원국들이 계속해서 방산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방산 기업들의 수출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동맹국 방산 기업들의 수혜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우주항공방산 ETF에는 △TIGER 우주방산 △TIGER 미국방산TOP10 △PLUS K방산 △SOL K방산 △PLUS 우주항공&UAM △WON 미국우주항공방산 △TIMEFOLIO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 등이 있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가운데 방위비 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며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의 무기 생산력, 빠른 공급 속도를 자랑하는 K방산 기업에 미국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 원자력·바이오 ETF 주목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온쇼어링(자국 기업 본국 회귀) 정책도 주목된다. 관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제조업 건설투자와 전력 건설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제조업 건설투자가 증가하는 사이클에는 항상 전력 건설투자도 증가했었다"며 "트럼프 당선 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할 친환경 분야를 제외하고, 원전과 변압기·전선 등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과 관련한 ETF에는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HANARO 원자력iSelect △RISE 글로벌원자력 등이 있다. 전력과 관련해서는 △KODEX AI전력핵심설비 △KODEX 미국AI전력 핵심인프라 △SOL 미국AI전력인프라 △KOSEF 글로벌전력반도체 △HANARO 전력설비투자 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생물보안법을 트럼프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도 눈길이 쏠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미플루 개발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담고 있는 ETF는 △HANARO 글로벌백신치료제MSCI(이하 길리어드 사이언스 비중 13.85%) △TIGER 미국나스닥바이오(9.28%)가 있다. 그 외 미국과 국내 제약사에 투자하는 ETF는 △TIGER 바이오TOP10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 △RISE 헬스케어 △KODEX 헬스케어 등이 있다.
금융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당시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볼커 룰'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을 재무장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금융주의 대표 격인 버크셔해서웨이, 제이피모간체이스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ETF는 △RISE 버크셔포트폴리오 TOP10(버크셔해서웨이 비중 27.14%) △KODEX 미국S&P500금융(버크셔해서웨이 비중 11.28%) △ACE 글로벌브랜드TOP10블룸버그(제이피모건스체이스 비중 10.45%) 등이 있다.
미국 금융규제의 완화 트렌드가 한국 금융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존에 검토해 놓은 것들이 쌓여있는데 종합적으로 낼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필요한 규제부터 풀지 고민해 보겠다', '금산분리 완화에 동의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언급한 만큼 한국에서도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미국 금융규제 완화가 한국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