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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야당 주도 법사위 '소위' 통과

  • 2025.02.24(월) 19:21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전자주총 의무화 골자
여야 의견차 여전…"우려 과장" vs "소송 남발 위험"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기업의 불공정한 합병비율 산정, 물적분할 추진 등을 견제할 수 있도록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경영권 위협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제1소위원회를 열었다.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 jihyun1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사의 충실의무 및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법안(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 처리됐으며, 여당 의원들은 표결 중 자리를 떠났다.

개정안은 현재 상법 제 382조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주까지 넓혀 주주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대형 상장사에는 전자주총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이사회 결의로 현장병행형 전자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해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적용 △독립 이사 및 전자주총 근거 규정 마련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각을 세워왔다. 소송 남발 가능성이 있고 회사와 주주간 이해충돌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였다. 대신 상장사의 합병, 분할, 양수도 등 재무거래에 한해 주주보호 원칙을 넣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내놨다. 

이날도 여야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는 안을 두고 의견 대립을 이어갔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의원은 불공정한 합병비율 산정, 물적분할시 일부 주주에 대한 신주인수권 발행 사례를 언급하며 "기존 법 조항 해석상으로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인정할 것인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대법원의 판례상으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주주 보호에 부족한 점이 많다"며 입법 취지를 짚었다. 

이 의원은 "충실 의무를 도입할 경우 형사상 배임죄 처벌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법원이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인 정도로 수집해 충분히 검토한 다음 회사의 이익에 합당한 판단을 했다면 면책하는 판결이 확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가 경영판단의 원칙에 부합하는 판단을 했다면 사후적으로 회사 또는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므로 이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주식 저평가 이유 중 하나인 대주주들이 특정 이익을 위해 경영상 판단을 해서 많은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례상 (주주충실의무를) 인정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주식이 저평가되는 불투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주충실의무) 조항을 법에 넣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경영진에 대한 소송 남발과 법률적 책임 불분명을 이유로 반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회사가 M&A나 물적분할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소수주주보호를 위한 특별한 대응책을 내놓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런데 '벼룩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의지를 꺾는 결과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소송에 능한 변호사나 소액주주를 대표한다는 일부의 소수,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해외펀드에만 사실 유리한 제도"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송 위험에 노출돼 경영을 해야하고 비용이 발생한다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위에 참석한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앞으로 외국계 헤지펀드에 의한 남소(소송 남발) 가능성도 분명히 예상된다"며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이사에 대한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지, 개정안과 같은 일반적인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토론 중 의원간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안심사 소위원장은 "논의 초기 상법에 (주주충실의무를) 두는게 우려스럽다는 여당의 시각이 있었지만 자본시장법 등 다른 법에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이제는 전면적으로 이 조항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조항 취지 자체에 공감한다는건 구체적인 사례에 맞게 구체적인 조항에 두자는 뜻"이라며 "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이사와 주주간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지,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의무를 지울지 등 여러 복잡한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전자주총 의무화를 두고도 대립했다. 박 위원장은 "전자주총은 비록 정관상 예외를 둘 수 있도록 정부안이 만들어졌지만 원칙은 전자주총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주진우 의원은 "전자주총이 편한 제도이고 기업에 도움이 되면 기업이 당연히 할 것"이라며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은 "정관은 주주들이 정해야 하는 것인데 국가에서 규정한다면 공정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소위 문턱을 넘긴 상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을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넘겨진다. 소위는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명칭 변경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나머지 개정안은 의결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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