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이세정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과정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면서 이 규제가 글로벌 IT 사업자들이 미디어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는 5G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헤스페리아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합산규제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3.3%로 제한하는 규제이며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유료방송 시장의 30.9%를 차지하는 KT는 케이블TV업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올 들어 통신사들이 케이블TV업체 M&A에 속도를 내고 있어 KT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긴장을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점유율 2위(24.5%)로 도약한데다 SK텔레콤도 티브로드를 인수해 근소한 차이(23.8%)로 3위를 달려 KT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합산규제를 지적하면서 황 회장은 "5G는 미디어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G 시대에는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게 전송하는 5G 특성상 미디어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회장의 발언은 글로벌 IT업체들이 미디어 사업을 강화, 5G 시대에 대비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와중에 합산규제가 국내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료방송 이외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황 회장은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황 회장은 5G 요금제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겠다고 강조했다. 5G 투자 확대에 따라 관련 요금제 또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황 회장은 "5G는 4G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보이게 되는데, 정부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으면서 합리적으로 요금을 책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