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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 1년]③잠실 전셋값 떨어졌다는데

  • 2016.09.02(금) 15:34

주택임대차시장 안정 효과 '길게' 판단해야
'월세시대 안전판' 역할도 2022년쯤 가시화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New Stay)'가 주택시장에 선보인 지 1년이 됐다.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주택 임대차시장에 정부가 내놓은 역점상품이다. 첫 한 해를 보낸 뉴스테이 사업의 실적과 계획, 시장 영향을 비롯해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

 

2013~2014년께는 전세시장에서도 최상위에 수준에 있는 인기지역 고가 아파트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말 전국 주택전세가격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5.71%였다. 여기서 수도권과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전셋값 상승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전체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같은 시기 6.78%였고, 서울에서 아파트로 한정하면 상승률은 8.97%로 더 높다. 특히 잠실지구 재건축 신규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아파트)의 경우 상승률이 11.23%나 됐다. 송파 아파트 전셋값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은 2013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줄곧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의 진원이 됐다.

 

▲ 전국 및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 월별 전년대비상승률(자료: KB국민은행)

 
◇ 전월세 안정 효과 기대는 아직…

 

정부가 뉴스테이를 고안할 당시는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할 때다. 대표적인 게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였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 주택수요층이 전세에 머물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정부 판단이 기업형 임대의 출현을 이끌어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도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2013년 초만 해도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5.2%였지만 같은 해 말엔 61.3%로 급격히 높아졌다. 저금리에 주택경기가 불투명하다보니 주택 수요자는 집을 사기보다 전세에 눌러앉으려 했고, 집주인은 월세를 받고 싶어해 전세시장 수급이 꼬인 것이다. 다시 2년반여가 흐른 뒤인 지난 8월말 기준 이 비율은 74.5%까지 높아졌다.

 

이런 시장에 정부가 내놓은 것이 뉴스테이다. 고품질의 반전세 형태 주택을 공급하면 중산층 주택 임차수요도 분산시킬 수 있고, 월세로의 임대차계약형태 변화도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 국토부는 최근 실시한 수도권 및 4대 광역시 대상 '상반기 뉴스테이 정책 인식조사' 결과 이 정책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49.4%, 호감도가 43%, 주거안정 기여 기대도가 41.7%로 나타났다며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효과를 기대하기 이른 때이기도 하지만 뉴스테이 등장으로 인한 시장 변화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우 2014년 한 해 전셋값 상승률이 4.86%까지 낮아졌지만 2015년에는 다시 9.57%로 높아졌다. 잠실권을 품은 송파구도 재작년엔 전셋값이 4.84% 올랐지만 작년엔 다시 10.36%로 훌쩍 뛰었다.

 

송파 잠실권역의 경우 최근 전세매물에 비해 세입자가 부족해 전셋값이 종전 계약대비 많게는 1억원씩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인근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의 신규 아파트로 전세수요 유출이 단기간 급격히 나타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송파구 M공인 관계자는 "여름 전부터 전셋값이 다소 하락했지만 이는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이 위례 등 새 택지지구로 빠져나가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워낙 입주 선호지역이라선지 가을이 되면서 금세 다시 전셋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고, 전셋값이 다시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시장 안착까진 7~8년 더 기다려야

 

뉴스테이 정책으로 인한 시장 흐름상의 변화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임대차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고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정부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것은 지금껏 계획한 물량이 다 나와도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금까지 입주자를 모집한 뉴스테이는 전국 9개 단지 9565가구다. 이 중 수도권은 7개 단지서 8280가구가 공급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공급이 예정된 뉴스테이는 6개 단지 1만236가구다. 이 가운데 충북 혁신도시에 우미건설이 짓는 700가구를 제외하면 수도권에는 5개 단지에서 9536가구가 공급된다.

 

이를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뉴스테이 누적 공급규모는 전국 15개 단지, 1만8516가구이며 수도권은 12개 단지, 1만7816가구다. 국토부는 첫 뉴스테이촉진지구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지구 등에서도 상황에 따라 연내 입주자모집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인허가 등 절차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정부가 2017년까지 계획한 뉴스테이 공급을 위한 부지 확보 물량은 15만가구다. 적어도 이 정도의 공급이 이뤄져야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숫자다. 하지만 이 역시 '부지 확보' 단계까지의 계획 시점일 뿐이어서 실제 뉴스테이 공급으로 인한 시장 변화는 더 늦은 시점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땅을 확보한 뒤 이어지는 택지공급과 인허가, 입주자모집, 시공 기간 등을 합치면 적어도 5~6년이다.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이 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2022년"이라며 "그때나 돼야 기존 민간 주택임대시장에 뉴스테이가 녹아들어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을 통한 시장 안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라고 마냥 장밋빛 청사진도 아니다. 건설 관련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정해진 8년의 의무임대기간 동안 세제 등 사업상 혜택을 받을만큼 받은 뒤 언제든 분양 전환을 할 수 있다"며 "뉴스테이가 경기에 따라서 장기임대 주택 재고를 늘리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주택임대 시장의 주도권이 대기업과 금융자본 중심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건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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