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확대와 중도금대출 규제에도 강남 등 좋은 입지의 신규 분양단지는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다. 반면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이달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거래 절벽, 매물 잠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일부 청약시장의 투자가치가 부각하면서 올 한해 이런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 로또 단지 나홀로 인기
GS건설이 마포구 염리제3구역을 재개발하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견본주택에 첫날 방문객 8000명이 몰렸다. 주말을 포함해 지난 사흘간 3만5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로또분양' 열기를 잇고 있다.
총 396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지하철 2호선인 이대역, 6호선 대흥역, 5호선 애호개역, 공덕역 등이 인접하고 광화문 여의도 종로 등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리적 이점과 함께 '강북로또'로 불릴 만큼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3㎡당 평균분양가가 260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대부분 평형이 9억원을 넘지 않는다. 전용 84㎡A형과 E형이 각각 9억7000만원, 10억원으로 9억원을 넘고 나머지는 8억원대로 책정됐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인근의 마포자이2차 84㎡는 10억원 안팎 수준이다. 12억원대 매물이 나와있기도 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시세도 12억5000만원(일반평균가)에 이른다. 당첨만 되면 2억~3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대출이 막힌 반면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9억원이 넘어도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 보증을 통해 대출이 가능한 점도 분양 열기를 보태고 있다. 다만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 도입 등 대출규제가 강화하면서 조건에 따라 대출여부와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GS건설 측은 설명하고 있다.
앞서 로또분양 포문을 연 '디에이치자이개포'의 경우 일반분양엔 3만명이 넘는 1순위 청약자가 몰렸다. 9억원이 넘는 분양가로 중도금대출이 아예 막혔지만 평형에 따라 경쟁률은 최고 90대 1까지 치솟았다. 당첨만 되면 6억~7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 29일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당산 센트럴아이파크'는 최고 91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이란 기록을 세웠다. 평균 청약경쟁률도 79.9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 역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2870만원으로 1억~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대부분의 주택형이 중도금대출이 가능하고 이자후불제와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을 제공한 점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에 몰린 방문객(사진=GS건설) |
◇ 기존 매매시장은 주춤
이런 청약시장의 열기와 달리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과 재건축 시장은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춤한 분위기다. 이달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서 최고 62%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물잠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4%로 7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 올해 1~2월의 반토막 수준이다. 강남은 0.13% 상승하는데 그쳐 지난해 9월 마지막주 0.15% 상승한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 역시 0.16%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감정원도 지난달 서울 지역 주택매매가격은 0.55% 상승해 2월 0.94%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일반아파트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며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은 "청약시장에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기존 아파트시장의 안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약시장은 일부 입지가 좋은 곳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매제한으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기존 아파트시장은 가격이 많이 올라가 있는 반면 청약시장은 분양가가 (시세보다)싸게 책정되면서 미래가치나 투자가치를 보고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적인 메리트가 시장을 갈라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청약시장에 몰린 자금은 투기성 자금과 안전자산 구매자금의 성격을 띄는데 매매시장에 유입하는 실수요 자금과 성격이 다르다"며 "당분간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은 따로 움직이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