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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경협?' 현대건설은 왜 차분할까

  • 2018.06.18(월) 17:02

대형건설사 대북TF 등 분주…현대건설, 차분한 행보
주요 사업권 현대그룹 보유, 협력여부 관심

남북 경제협력의 최대어로 현대아산과 함께 손에 꼽히는 곳이 현대건설입니다. 경협에는 사회간접자본(SOC)이 빠질리 없는 데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추진해온 대북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으니까요.

이는 자연스레 현대건설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던 주가가 최근 며칠새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연초 대비해 남북정상회담 직전까지 무려 38%나 급등했습니다. 연초 3만7000원대에서 시작한 주가는 2차 남북정상회담(5.26) 직후엔 최고 7만9100원(5월28일)을 찍기도 했습니다.

 

역시 남북 경협주로 평가되는 대우건설은 연초대비 남북정상회담 직전까지 0.8% 상승하는데 그쳤고 대림산업도 4.5% 증가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입니다. 그만큼 현대건설이 대북사업, 경협 등에서 상징성이 큰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긴데요. 정작 현대건설은 차분한 모습입니다.

 

 

◇ 대북팀 꾸린 건설사, 현대건설만 '신중'

 

실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자 대북사업 관련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준비에 나선 겁니다.

 

대형사중에서는 유독 현대건설만 관련 TF를 만들지 않았는데요. 이런 대조되는 행보가 오히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협 등 대북사업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장엔 사업이 가시화되지 않아 TF에서도 정보취합 말고는 할 일이 없다"면서 "대부분 업무도 토목사업 등 해당 부서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대북사업이 본격화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합니다. 과거 북한 경수로사업이 중단되면서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건설사들이 장비나 자재를 그대로 북한에 두고 철수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당시 경수로 건설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06년 경수로 사업이 최종 종료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해체 과정에서 정산이 이뤄졌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의 손실은 크지는 않았다"고도 말합니다.

 

아무튼 현대건설은 사업이 더 구체화된 이후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박동욱 사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른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것이죠.

 

◇ 현대차-현대그룹, 앙금 남아있나


업계에선 현대아산 및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소속이었더라면 벌써 TF를 만들지 않았겠느냐"고도 얘기합니다. 과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겠죠.

 

아니나다를까.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선 현대그룹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현대건설이 왜 남북경협 수혜주냐"는 다소 의미심장한 얘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선을 긋는 듯한 뉘앙스입니다.

아시다시피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창업주의 후계자로 지목된 고 정몽헌 명예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2002년 유동성위기를 맞으면서 채권단 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고요. 이 때 현대그룹에서 분리됐습니다.

 

이후 2011년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품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싸움이었습니다. 당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엄밀히 얘기하면 현정은 회장과 시숙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간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선협상자가 바뀌는 등 인수합병(M&A)사에서 보기 드문 일까지 벌어졌고요. 그룹의 적통성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으니까요. 당연히 감정의 골도 깊게 패였습니다.

 

 

7년여가 흘렀습니다. 오랜 만에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과거 현대건설은 경수로 건설부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까지 굵직굵직한 대북사업의 주축이었습니다. 이런 사업은 대부분 현대그룹 계열이었거나 혹은 채권단 관리하에 있을 때의 얘기입니다.

 

범 현대가로 묶이긴 해도 이는 외부의 시각일 뿐입니다. 개성공단의 사업만 놓고 보면 개성공단 총 면적 2000만평 가운데 5%(100만평)만 개발이 된 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사업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인데요. 개성공단 개발권은 현대아산에 있습니다.

물론 현대건설은 작년말 기준으로 현대아산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으니 둘의 관계를 완전히 뗄레야 뗄 수도 없습니다. 현대건설이 대북사업과 관련한 노하우와 경험이 가장 풍부한 회사라는 점도 분명하고요. 다만 달라진 관계 속에서 대북사업에서의 현대건설 역할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긴 합니다.

 

◇ 주가 올라도 부담?

 

현대건설이 유독 차분한 이유로 거론되는 것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이미 한차례 어그러지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다시 추진돼야 할 사안입니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왔을 때 주된 이슈는 아니었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가 향후 지배구조 개편 혹은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실탄으로 쓰일 수 있다는 예상때문이었죠.

 

만약 합병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높아져야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법인의 지분율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실탄확보가 용이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현대건설 주가 상승은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선택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데요. 주가의 흐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TF구성 등을 통해 나서는 모습이 부담이 되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시각도 제기됩니다.

 

이런저런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대건설이 그동안의 대북사업에서 주축이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남북 경협사업이 본격화된다면 현대건설의 행보도 지금보다는 더 뚜렷해 질 겁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현대건설이 수행했던 사업, 그리고 향후 경협에서 맡을 역할을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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