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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발품 아닌 손품"…부동산시장 문화를 바꾸다

  • 2019.05.03(금) 13:00

김소영 직방 PO팀 리더
"이용자 니즈가 혁신의 시작, 선 검색 후 방문"
원룸에서 아파트까지 정보영역 확장
IT기술 적극 도입-중개사 파트너십 '발상의 전환'

'직접 찍은 방 사진=직방'

작은 원룸 하나를 구하는데도 몇날 며칠 발품을 팔아야하는 현실, 어디에 어떤 방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동네 저 동네 돌면서 공인중개소는 물론 전신주에 붙은 '방 있음' 전단지로 방을 찾아다니는 게 불과 몇 년전 현실이었다.

이를 직접 경험했던 안성우 직방 대표는 '방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직접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일대를 돌며 빈 방을 찾고 사진을 찍어(집주인 동의하에 진행했다고 한다) 방 정보를 올렸다. '이용자 대신 발품을 파는' 직방의 시작이었다. 이는 집을 구할때 발품 대신 손품을 팔게 하는, 부동산정보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김소영 직방 PO팀 리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혁신의 중심은 이용자

2012년 1월 출시한 직방은 원룸과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정확한 매물정보 제공에 주력했다. 네이버부동산 등 인터넷에서는 방(원룸‧오피스텔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많은 2030 세대는 모바일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는 주효했다. 방 정보가 많다는 점에 이용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2015년 1월 다운로드 숫자 500만을 돌파했고 5개월 만에 1000만을 기록했다.

이용자가 늘고 세대의 폭도 2030에서 4050까지 넓어지면서 직방에 요구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게 원룸과 오피스텔 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정보는 없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직방이 정보 제공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다.

김소영 직방 PO(Product Owner)팀 리더는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원룸 뿐 아니라 빌라와 아파트 등에 대한 정보도 요구되기 시작했다"며 "이용자가 어떤 주거형태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맞춤형 집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충족시키려고 범주를 확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정보 제공은 직방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은 직접 찍은 사진과 위치, 가격 등으로 정보 숫자가 제한적이었다면 아파트는 현재 시세를 비롯해 단지 분위기, 학군과 교통여건 등 제공해야 할 정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용자들이 직방을 통해 아파트 매입 결정과 관련 정보를 얻는다면 그 무게감은 훨씬 커진다. 우리 국민들의 보유 재산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이다.

직방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이 만족할 수준의 정보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직방은 원룸‧빌라‧오피스텔 매물 광고는 유료화, 아파트는 무료)을 당분간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직방 입장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정보 구축을 위해 가장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용자 관점에서 유료화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리더는 "이용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으며 여기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며 "아직은 정보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며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섣불리 유료화하기 보다는 충분히 준비해서 단계적으로 나아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아파트를 한눈에…IT기술 적극 도입

그렇다면 직방이 만족할 수준의 단계는 어느 정도 일까. 명확한 답은 없다. 이용자들의 니즈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직방 자체적으로는 이용자들이 눈앞에서 아파트를 마치 직접 보는 것처럼, 또 아파트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대표적인 것이 VR(가상현실) 서비스와 '직방시세', '실거래가 이지뷰' 등이다. 직방시세는 부동산 중개인 등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된 호가보다 더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 10년간 실거래가 변화를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단지나 평형에 따라 가격 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최근 실거래가를 접목해 현재 거래가 될 만한 신뢰도 높은 가격을 계산해 낸다.

실거래가 이지뷰는 아파트 시세 변동률을 그래프로 제공하는데 평형과 거래유형, 기간별로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김소영 리더는 "아파트는 준공 연도나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이용자들이 아파트 가치를 보고 매매나 전월세 등을 결정한다"며 "직전 계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이용자들이 의사결정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방은 아파트 매물과 VR 홈투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VR서비스 업체 큐픽스와 손잡고 제공하는 'VR 홈투어'는 실제로 집을 둘러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중에서는 직방이 가장 적극적으로 IT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소영 리더는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부동산 정보를 쉽고 직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정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이용자도 파트너로…관계의 혁신

직방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집을 구하려는 일반 이용자와 직방을 통해 매물을 내놓는 공인중개사(공급자) 들이다.

직방은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의 한계를 이용자인 공인중개사를 통해 얻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관계의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김소영 리더는 "지금은 아파트 매물을 광고하고자 하는 중개사들이 무료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무료가 아닐 수 있다"며 "이들이 올린 매물 정보를 통해 직방 이용자들이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지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도 중개인들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커뮤니티 시설이나 조경, 단지 주변 정보 제공을 위해 직방 자체적으로 '대동여지도'라는 팀을 꾸려 전국에 있는 주요 단지를 직접 찾아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정보를 제공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소영 리더는 "지역과 아파트에 대한 정보는 그 곳에서 일하는 중개인들이 가장 잘알고 있는 전문가"라며 "아파트를 광고하는 중개사가 단지의 학군과 교통 편의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우리가 이를 이용자가 확인하기 쉽게 재가공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유튜브 상에서도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며 "결국 중개사와 일반 이용자 등 정보를 매개로 한 관계의 혁신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가 쌓이다보면 이용자들은 지금보다 손품을 더 적게 팔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 가령 가격대와 출퇴근 시간, 가족 구성원 수에 따른 평형 등을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매물이 검색돼 해당 정보를 이용자가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김소영 리더는 "직방 등장 전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집(혹은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던 것이 손품을 파는, 이른바 '선 검색 후 방문' 문화로 바뀐 것"이라며 "이제는 더 나아가 손품 자체도 최소화하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직방이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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