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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와의 전쟁…'주택거래허가제' 카드 꺼내나

  • 2020.01.15(수) 15:23

문 대통령 "가격 원상회복"언급하자 靑 '극약처방' 내놔
자금조달계획서 더 강화 vs 토지공개념 측면서 배제 못해
토지거래허가제는 이미 시행중…3기 신도시·한남뉴타운 사례

문재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데 이어 부동산 가격의 '원상회복'까지 언급하자 급기야 청와대에선 '주택거래허가제' 카드를 만지막거리기 시작했다.

시장시스템을 무시한 '극약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연일 집값 안정과 추가대책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어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도입여부에 관계없이 상당한 후폭풍 또한 예상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정 지역에 대해서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 '부동산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이런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가 부동산매매허가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실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주엔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사칭해 초고가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사전에 구청에 신고해 자금조달계획서 인정받을 경우 허가) 등의 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토지공개념 이은 '주택거래허가제'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는 제도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검토되기도 했다. 2003년 10.29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주태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사유재산 침해 등의 위헌 소지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도입하지 못했다.

대신 2004년 3월 완화된 형태의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했고 2015년 7월 폐지됐다가 2018년 8월 다시 시행했다.

이번에도 위헌 논란 등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헌법에서 인정하는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소지가 있다"며 "참여정부 때도 반발이 심해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느냐"고도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가 이미 토지공개념을 강조한 바 있어 같은 맥락의 주택거래허가제 또한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단순히 엄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 23조2항(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과 122조(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토지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용을 제한하거나 특별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개념에서 보면 주택거래허가제 또한 도입이 가능한다는 얘기다.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는 도입이 돼 있기도 하다. 부동산 투기가 횡행하던 1978년 도입된 이후 80년대엔 전 국토의 절반이 묶여있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지정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이미 시행중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648.97㎢에 해당하는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최근들어선 국토부가 2018년 9월과 12월, 2019년 5월 각각 3기 신도시를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구역에 있는 토지 거래 땐 계약체결 당사자가 공동으로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앞서 2006년 한남, 길음, 흑석 등 서울 16개 뉴타운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6평(20㎡) 이상 토지 지분거래시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하기도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의 경우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당초 목적대로 일정기간(농업용 2년, 주거용 3년, 임업·축산업·어업용 3년, 개발사업용 4년 등)의 이용의무를 이행하도록 한다"면서 "주택매매허가제를 도입하면 일정기간 이용(거주) 의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순 투자용도의 갭투자는 완전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포로 끌날지 '예단하기 어려워'

이 경우 투기 거래가 중단되면서 주택시장이 실거주 수요로 완전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규제 가운데 '울트라 슈퍼 규제'로 효과와 반응은 곧바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주택거래허가제를 하지는 않지만 고가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출처 등을 꼼꼼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선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언급했듯 부동산 풍선효과가 지속하고 기대했던 수준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실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혹은 허가제보다 한단계 낮은 수위로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소득증명을 더욱 강화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매커니즘을 완전히 범죄시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도입 여부를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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