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에 또 한 번 변곡점이 찾아올까.
수요자들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쏟아내면서 집값 안정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 여부를 떠나 수요자 입장에선 정책 변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여기에 1월 주택 매매거래량도 크게 줄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눈치보기 장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대책 영향이 본격화되는 2월 이후 주택 거래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급에 주력하는 정책을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 갈피 못잡는 집값, 거래량도 감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5%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다. 2.4대책 발표 후 상승 폭을 줄이며 안정세를 찾아가려는 듯 했지만 매수심리가 남아 있는 모습이다.
서울 집값 역시 전주와 같은 0.08%를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은 0.31%로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2.4대책 발표 후 서울 강북권은 관망세를 보이며 유지 혹은 축소된 반면 강남권은 설 연휴 이후 재건축 기대감으로 상승폭이 확대됐고, 경기 지역은 서울 접근성 향상과 교통개선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이처럼 집값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 매매거래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9만679건으로 전달보다 35.4% 급감했고,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도 10.5% 줄었다.
수도권은 4만7132건으로 전달보다 25.4%, 작년 1월보다 14.9% 감소했고 서울은 1만2275건으로 각각 24.2%, 27.1% 줄었다.
특히 2.4대책 발표 후 시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2월 이후 주택 매매거래량은 이보다 훨씬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4대책 발표 이후 거래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이 이뤄져도 우선공급권이 주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집값 향방을 예측하기도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 공급대책 '속도전' 시장 불안 잠재울까
결국 수요자들은 정부 정책을 바라보며 시장을 예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발표한 8.4대책 이전까지 정부는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중심의 대책에 주력했지만 대책 발표 후 집값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수요자들이 정부 정책을 불신하게 된 이유다.
이에 정부도 시장에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후속 대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2.4대책 발표 후 20일 만에 지정된 광명시흥지구는 서울과 인접한 입지와 최근 교통 허브로 부상한 지역으로 거주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과거 광명 보금자리지구 지정 당시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했다는 한 관계자는 "광명시흥지구는 서울 접근성 측면에서 앞서 발표됐던 3기 신도시 지역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보금자리지구 지정 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돼 면적도 충분하고, 토지비도 많이 오르지 않았던 만큼 충분한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명은 인접한 서울 금천구보다 집값이 비쌀 만큼 거주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선호도가 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2.4대책 핵심인 공공개발을 위한 주택 공급기관 2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공급대책 속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4대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2~3개월 정도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3040세대가 조급함을 버리거나 가격 상승 기대감이 이전보다 줄어야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