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이 안보입니다.
연일 집값 고점경고에 열을 올렸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더는 '고점'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고점, 버블을 경고했던 시점이 6월 무렵부터인 듯 한데요.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요. 뾰족한 대안없이 허공에 외치는 고점 경고가 더는 소용없다는 판단일까요.
지금 집값은 재건축과 중저가아파트가 이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재건축은 재건축대로 기대감에 상승세가 멈추질 않고 있고요. 서울과 수도권의 중저가아파트는 키맞추기와 젊은층의 '패닉바잉' 등의 여파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1차 사전청약 모집결과가 나왔는데요. 정부는 수요 분산관 집값 안정을 기대했겠지만 30대의 내집마련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입니다. 암울하지만 집값이 당분간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아파트가 끌고, 중저가아파트 밀고
이번주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재건축아파트가 끌었고 중저가 아파트가 밀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도 여름 휴가철 비수기·코로나 확산으로 거래활동이 감소했지만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구축)과 주요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가 발생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고요.
한국부동산원 8월 둘째주(9일 기준) 주간아파트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2주 연속 0.2%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는데요.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 있는 송파(잠실동), 강남(압구정·대치동), 서초(서초·방배동) 등이 일제히 상승폭을 더 키웠습니다. 송파는 0.24%까지 치솟았고요. 강남은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0.05%포인트나 커졌습니다.
중저가아파트의 반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노원은 사실 과거 '노도강'으로 불리며 중저가아파트 대표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치솟았습니다. 재건축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하계동 구축, 공릉·월계동 중심으로 상승(0.32%)했습니다.
도봉구(0.28%)도 창동, 방학동 주요 재건축 위주로 올랐고요. 강서구는 마곡지구와 가양·등촌동 중저가 위주로 0.23%나 상승했습니다. 관악구는 신림·봉천동 위주로 0.22% 올랐네요. 중랑구도 면목·상봉동 중저가 위주로 신고가 거래되며 0.21% 상승했습니다.
이는 부동산114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강북, 구로, 동대문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이상 상승폭을 확대했고요. 지역별로 △노원(0.29%) △구로(0.24%) △강북(0.22%) △금천(0.20%) △관악(0.19%) △강서(0.18%) △강남(0.17%) △도봉(0.17%) △동작(0.17%) △동대문(0.16%) 순으로 중저가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수도권 내집마련 수요 확대…매주 역대 '최고치'
경기, 인천 등의 수도권 상승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1차 사전청약에서 확인했듯 30대를 주축으로 젊은층이 내집마련 문턱이 높아진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데요. 이런 수요가 집값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주거환경개선과 교통호재 등이 더해지며 상승세는 더욱 가파른 상황인데요. 매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39% 올랐는데요. 지난달 셋째주부터 이번주까지 4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0.49%, 0.43%로 한주새 상승폭을 더 키웠는데요.
경기 안성의 경우 무려 0.94% 상승했습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는게 부동산원 설명이고요. 오산시는 교통개선 기대감 있는 세교동 위주로 0.88%, 군포시는 대야미·도마교동 신축 위주로, 안양 동안구(0.79%)는 GTX-C 기대감으로 인덕원역 인근 위주로 상승했습니다.
인천도 정주환경 양호하고 교통개선 기대감 있는 송도동 중심으로 연수구가 0.63% 올랐고요. 청라의료복합타운, 신세계 스타필드, 7호선 연장 교통호재 등이 있는 청라지구 위주로 서구 역시 0.47% 상승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인천이 115.3으로 가장 높았는데요. 전주의 112.2보다 3.1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우위를 나타냅니다.
서울(107.2)과 경기(112.5)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준선(100) 위로 수요가 많은 상태입이다. 전국 기준으론 108.0으로 전주의 107.8보다 높아지는 등 내집마련 수요가 넘치는 상황입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남양주 군부지 등 정부가 연이어 새로운 공급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계획에서 입주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어 아파트값 상승세를 꺾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전세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완화된 대출규제를 적용받아 매매로 갈아타려는 무주택 실수요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가 이끄는 오름세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