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대폭 늘리고, 물길 따라 문화예술 공간 조성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한 향후 10년간 서울의 청사진은 화려하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총 8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고, 서울 25개 자치구를 모두 관통하는 물길 일대를 문화·예술·휴식이 있는 수세권으로 활성화하는 '지천 르네상스'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순탄하게 진행되면 서울 시민들의 주거 환경과 도시 경관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이 '민간' 위주인 만큼 각종 변수가 예상되는 데다 당장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천 르네상스 역시 과도한 비용 투입, 생태계 단절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매년 헬리오시티 8번 공급?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서울비전 2030'을 통해 향후 10년간 주택 총 80만 가구를 공급, 연간 신규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방법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주택유형 다변화 두 가지다. 그동안 꽉 막혔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총 50만 가구를 공급하는 한편 수요층에 따라 모아주택, 장기전세주택, 상생주택 등의 공공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한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공공주택으로 청년, 신혼부부 등의 서민 주거사다리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선 서울시의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된다면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전세난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공급에 대한 압력이 큰 상황에서 충분한 공급 시그널이 나온다면 매수 심리가 많이 안정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안정을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택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장밋빛'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은 '민간'이 주도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당초 4·7 보궐선거 공약에서 내놓은 정비사업 주택 공급 물량 18만5000가구(2026년까지)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규모를 공급하기로 했다. 연간 8만가구 규모인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간 8만 가구면 미니 신도시급으로 불리는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규모의 단지를 매년 8곳에 공급한다는 건데 물량이 꽤 많다"며 "50만 가구를 전부 공급할 수 있을지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신속히 하려면 정비사업 규제완화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국토부의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만 서울시의 실행 계획들이 효과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함께 장기적인 수요 공급을 예측해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면 개발 기대감에 또다시 집값이 반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많은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완화하면 변수가 없는 한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너무 눌러놔서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 어렵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천 르네상스, 비용 증가·전기에너지 발생 등 우려도
'지천 르네상스'에 대해서도 기대만큼 우려가 나온다.
지천 르네상스는 한강 중심의 도시 공간을 실개천 중심의 도시로 확대하는 구상이다. 한강 외 안양천(서남부), 탄천(동남부), 홍제천(서북부), 중랑천(동북부) 등 4개 지천과 36개 지방하천, 18개 소하천, 15개 실개천에 이르는 25개 자치구를 모두 관통하는 물길 일대를 수세권으로 활성화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현 도시계획상 공원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생태순환기능이 떨어지고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는데, 실개천은 산과 강이 연결돼 있어 생물의 종 다양성을 높일 수 있고 동네 어디에나 있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천 줄기를 따라서 카페, 공공시설, 공공건축물 등 시민들의 활동 체계를 쭉 연결하면 자연이나 주거환경이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모든 하천이 청계천 수준으로 될 순 없겠지만 공원녹지면적이 늘어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공공투자를 확보해서 도로 등 교통대책도 함께 연계해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질·수량 확보 및 그에 따른 유지비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
오 시장은 "하수재처리수, 지하철 침출수 등으로 수질과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문제는 비용인데 처음부터 서울전역에 하는게 아니라 자치구별로 시범사업을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교수도 실행방안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하수처리기술이 좋아서 그 물을 펌핑해서 다시 내리는 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기 에너지를 써야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가령 건천의 경우 상류가 개발되면 죽은 하천(터만 남은 경우)이 많아지는데 그곳을 개발하려면 생태순환이 단절되거나 전기에너지 발생으로 인한 생태계 단절, 비용 증가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