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업체들이 안전사고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임원 물갈이 인사나 수장 교체를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 업계의 불안 요인이 단기간에 사그라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제 정세 불안이나 금리 불확실성 등으로 리스크가 재점화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GS건설·태영건설 등 '분위기 쇄신' 분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10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여파로 풀이된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13년 입사해 CEO로 선임됐다.
임 부회장은 주요 건설업체 중 최장수 CEO로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GS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붕괴 사고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토교통부는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내렸고,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GS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거라는 전망이다. 임 부회장 역시 이런 수순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얼마 후면 대표이사 그만둘 가능성 높아 보인다'는 지적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GS건설은 지난 13일에는 기존 집행 임원의 40%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등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GS건설, 대규모 조직개편…신임 상무만 17명 "세대교체"(10월 13일)
이에 앞서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우려를 받았던 태영건설에서는 우철식 사장이 선임 9개월 만에 자진 사퇴해 주목받았다.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과 경영상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우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약 2년간 개발본부를 이끌었다. 올해 1월에는 개발본부·NE(New Evolution) 사업본부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안전사고·PF 리스크 등으로 신용 하방 압력 지속"
GS건설과 태영건설의 사례는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속하는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주택 건설 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다.
실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관련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건설사들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건설, 끝나지 않은 PF 리스크,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건설업계의 리스크 유형 세 가지를 꼽기도 했다. 'PF 우발채무 부담'과 '안전사고 관련 변동성', '중견 건설사 미분양·유동성 대응 관련 불확실성' 등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건설산업의 신용도 하방 압력 완화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PF리스트의 유의미한 축소 여부와 안전사고의 사업·재무적 영향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데다가 금리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는 점에서 건설 업계의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금리나 공사 원가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저점에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시장 금리 상승과 건설사 부도 및 PF 부실화 우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불안 요인들이 재점화하는 분위기인데 이를 완전히 타개할 만한 뾰족한 묘수가 당장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사 PF 보증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어려운 조달 여건이 지속하고 금리 및 공사 원가 상승으로 PF 사업성이 저하됨에 따라 PF 우발 채무 현실화 위험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