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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면의 끝]⑥ 알맹이는 다 빠졌다

  • 2014.07.01(화) 15:48

신용카드·농업용기자재 특례 등 대형 제도 '생명 연장'
조세硏, 고용창출공제·세금우대저축은 '재설계' 제안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농업용 기자재 영세율 등 올해 종료를 앞둔 세금감면 규정들이 내년에도 대부분 연장될 전망이다. 정부가 조세형평성과 세수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한발짝 후퇴한 모습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4년 일몰예정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방향' 공청회에서 내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세법개정안의 조세감면 계획을 미리 공개했다. 국책연구기관의 공청회는 세법 개정에 앞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정부안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 규정 가운데 상위 10개 제도는 '연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들 규정의 세수 규모는 올해 일몰 대상 제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미래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 대안은 '미세조정'

 

전 연구위원이 제시한 올해 비과세·감면 정비 계획은 기존의 규정들을 재설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사라질 조세감면 대상 가운데 가장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1조8460억원)는 고용과 무관한 기본공제율 1~4%를 인하하되, 고용증가에 비례하는 추가공제율을 인상하는 방안이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는 경우 추가공제율(현재 3%)을 1%포인트 인상하고, 고용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제조업보다 높은 공제 혜택을 주자는 의견이다. 그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경제환경이 열악한 점을 감안해 지방 투자의 인센티브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세(稅)테크' 금융상품인 세금우대 종합저축에 대해서도 서민과 취약계층에 집중하도록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20세 이상 내국인 모두에게 저축액 1000만원까지 이자·배당소득을 9% 분리과세하는 규정은 지원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세금우대 종합저축에 재산과 소득 기준을 도입해 고액 자산층이 수혜를 받지 못하게 하거나, 생계형 저축과 연계하는 대안도 나왔다.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와 중고차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 공제는 일몰을 연장하는 대신 공제율을 축소하고, 농협·신협 등 조합법인 법인세 과세 특례도 일반 법인과의 형평성을 위해 세율 체계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일몰 대상은 아니지만 연간 2조9000억원의 세수를 쏟아붓는 연구·인력개발(R&D) 비용 세액공제에 대한 정비 계획도 나왔다. 전 연구위원은 "대기업에 집중된 세제지원을 개선하기 위해 증가분 방식의 공제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따로 구간을 신설해 기존 수준의 혜택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큰 건은 못 건드려

 

만약 올해 예정대로 폐지할 경우 수혜 계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비과세·감면 제도들은 검토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직장인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적용하는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1조3765억원)와 농·축산·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1조3289억원),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1조2619억원) 등 연간 1조원이 넘는 대형 규정들은 정비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을 앞둔 53개 과세특례 조항의 세수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 제도가 7조6813억원으로 98.7%가 몰려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제도를 정비해 8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전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폐지는 2년 전 이미 제안했고, 농업용 기자재 세금 감면도 올해 초 정부가 가능하면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따로 언급하지 않은 제도는 연장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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