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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은행인데..재산세는 내가 왜?

  • 2016.03.30(수) 08:23

[Inside Story]
내집연금, 감면혜택 뒤에 숨은 세금의 그림자

“우리 집 주인은 OO 은행이야.”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산 사람들은 ‘내 집’ 대신 ‘은행집’이라는 말을 농담삼아 하곤 합니다.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대출이자를 매달 꼬박꼬박 은행에 상납하는 구조가 세입자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빚도 재산이라고 재산세는 사실상 집주인인 은행이 아닌 등기부상의 집주인에게 날아옵니다. 허탈한 일이죠.
 
정부가 최근 고령층의 부채감소와 노후보장 대책으로 내 놓은 ‘내집연금’에 가입하면 이런 허탈감은 더 커지게 됩니다.
 
내집연금은 집값의 최대 70%를 대출받는 담보대출과 달리 집값의 100%를 대출받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집값의 100% 중에서 최대 70%까지는 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일시적으로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죽기 전까지 연금형태로 받는 방식입니다. 연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역모기지방식의 대출이죠.
 

# 재산세는 은행 아닌 당신 몫
 
집값 전액을 은행에 담보로 잡혔지만, 재산세를 내는 주인은 바뀌지 않습니다. 소유권 이전이 없는 담보대출상품이니까요. 내집연금의 이름처럼 아직 ‘내집’임이 유지됩니다. 세법에는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를 “과세기준일 현재 과세대상인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은행이 소유하고 있지만 재산세는 내가 내는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죠.
 
내집연금은 그나마 재산세의 25%(5억원 이하 부분만)를 감면해 주는데요. 3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7만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나머지 20만원을 매년 재산세로 부담해야 합니다. 게다가 감면혜택은 2018년말까지로 한정돼 있는데요. 정부에서는 2년마다 연장해서 영구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하지만 100% 보장은 못 합니다.
 
# 등록면허세도 당신 몫
 
은행 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근저당 설정과 관련한 세금이 발생하는데요. 등록면허세와 여기에 더해지는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입니다. 보통 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런 세금은 은행이 부담하는데요. 내집연금과 같은 주택연금 가입 때에는 고객이 부담하는 것으로 바뀐답니다.
 
근저당 설정금액이 5억원이면 등록면허세 등 설정 관련 세금만 100만원을 넘는데요. 내집연금의 경우 2017년 말까지는 이 세금을 면제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세금부담의 주체가 은행이 아닌 고객이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2017년 이후에는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 자녀와 상속분쟁 가능성도
 
내집연금은 노후를 위한 정책인데요.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은 후에도 주택의 가치가 남아 있다면 자녀에게 상속할 수도 있습니다. 내집연금은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 평균 기대여명을 손익분기점(집값=연금수령총액)으로 설계됐다는데요. 2014년 출생아의 기대여명이 83세이니 지금 노후를 고민하는 분들은 그보다 더 일찍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은 거죠. 100세까지 살면서 집값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타 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겁니다.
 
문제는 부부가 함께 연금을 이용하고 있을 경우인데요. 둘 중 주택 소유자로 등기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소유권 이전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남편 명의로 돼 있던 집으로 부부가 내집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사망하면 집의 상속자를 부인으로 해서 소유권을 옮겨야만 부인도 여생을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자녀중에 누군가가 "엄마에게 집을 줄 수 없다. 법대로 나눠갖자"라고 한다면 문젭니다. 소유자가 여러명이 되어버리거나 집이 아예 팔려나가면 주택연금체계가 깨어져서 부인은 연금을 더이상 받을 수 없게되는 것이죠. 때문에 정부에서는 내집연금을 가입하기 전에 자녀들과 충분히 상의하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돈 앞에서 믿기 힘든 일까지 벌어지는 세상이라 제도적으로 확실한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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